방향 잘못 잡은 롯데 자이언츠 구단 수뇌부 선임
최하진 전 대표이사의 원정 숙소 CCTV 선수 사찰 지시, 구단 프런트의 선수단에 대한 도를 넘어선 간섭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신임 대표이사와 신임 단장을 선임, 사태 조기 수습에 나서고 있다.
이번 인사는 최하진 전 사장과 배재후 전 단장이 최근 발생한 구단 내홍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지 하루 먼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롯데의 모기업인 롯데그룹은 지난 7일 “롯데 자이언츠 신임 대표이사와 단장에 그룹 정책본부 홍보팀장 이창원 전무, 롯데푸드 경영기획부문장 이윤원 이사를 각각 선임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 신임 대표는 1984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한 뒤 2001년부터 올해까지 롯데그룹 정책홍보실에서 근무했고, 이사대우에서 전무까지 승진을 거듭했다. 정책본부 홍보팀을 이끌며 그룹과 계열사의 홍보 업무를 총괄했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상황 판단력과 업무처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소통을 중시해 언론과 재계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외유내강형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신임 단장은 1993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한 뒤 1997년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로 자리를 옮겼다. 2010년까지 14년간 그룹 정책본부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담당, 그룹 내에서도 야구단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 롯데푸드 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에는 롯데푸드 경영기획부문장을 역임했다.
이번 인사로 사직구장에서 구단 프런트의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롯데의 팬들은 계획되어 있던 추가 시위 계획을 접고 향후 상황을 주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상황이다.
이제 롯데는 신임 구단 수뇌부를 중심으로 사퇴의사를 표명한 이문한 운영부장 거취 문제를 포함한 구단 프런트 전반에 대한 인적 쇄신을 포함한 구단 쇄신 방안을 내놓고 팬들이 납득할 만한 구단운영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물론 선수들에 대한 불법적 사찰을 지시한 당사자인 최하진 전 사장과 사찰에 가담한 관련자들의 사법처리 문제는 별도로 진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롯데 구단은 신속한 신임 구단 수뇌부 선임 만큼이나 구단 내홍 사태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제대로 된 수습을 할 수 있을까?
롯데그룹과 신임 롯데 수뇌부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이야기지만 제대로 된 구단 쇄신이 이뤄지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속도는 있지만 방향이 잘못됐다.
롯데그룹이 선임한 신임 수뇌부의 면면에서 롯데그룹의 의중이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지금 롯데 구단의 난맥상을 그대로 지켜봐 왔고, 어떤 측면에서는 방조했을 수도 있는,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야구단에 대한 인식에 있어 모기업의 마인드를 그대로 가진 롯데그룹 내부의 인사를 구단의 신임 수뇌부로 선임했다는 점에서 롯데그룹의 신임 롯데 수뇌부 선임은 한 마디로 구단 운영의 개혁과 쇄신보다는 사태 봉합과 안정적 운영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고객들에게 판매할 과일 가운데 방사능에 오염된 과일을 폐기처분 했는데 폐기처분한 과일의 자리를 채워넣기 위해 구해온 과일이 앞서 폐기처분한 과일과 같은 과수원에서 딴 과일로 채워넣는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다.
구단 수뇌부의 신속한 교체를 통해 들끓는 팬들의 비난 여론을 잠시 잠재우고 사태 추이를 관망하도록 만든 것으로 롯데그룹은 일단 1차적인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이대로라면 현재 롯데 구단 운영이나 선수단 운영에 있어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롯데그룹이 진정성 있는 구단 운영 개혁과 쇄신을 추구했다면 속도보다는 방향에 주안점을 두고 좀 더 신중한 인사를 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프로야구단인 롯데 구단을 일반적인 기업이 아닌 특수한 기업이랄 수 있는 스포츠 기업으로서 바라보고 팀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야구 자체적인 목표달성을 위한 일은 그라운드에서 팀을 이끄는 코칭 스태프에게 독립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한편, 코칭 스태프가 필요로 하는 선수단 구성과 사업적 목표달성에 전념하는 스포츠 기업 본연의 모습을 잘 구현하기 위해 적임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검토와 판단에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롯데그룹이 신임 구단 대표와 단장을 공모를 통해 뽑겠다고 발표하고 이후 후보들을 모집하고 후보들 가운데 적임자를 신임 구단 수뇌부로 뽑았다면 어땠을까?
뉴욕타임즈가 ‘한국의 프로야구를 알고 싶으면 사직구장을 가보라’고 했을 정도로 롯데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인기구단이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구단인 롯데의 대표 또는 단장으로 활약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다.
당연히 후보자도 많았을 것이고, 그 가운데는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신임 수뇌부 후보자 공모 만으로 롯데는 사태 수습과 구단 혁신의 진정성까지 모두 인정받을 수 있었다. 과연 롯데그룹은 이와 같은 가능성을 몰랐을까? 아마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기회를 잡지 않았다고 보여진다.
나아갈 방향을 잘못 잡은 배에 속력을 높였을 때 벌어질 일은 뻔하다. 목적지와는 거리가 먼 망망대해로 나가던가 암초를 만나 좌초하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롯데 팬들과 언론, 그리고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롯데 구단의 향후 행보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