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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인천? 마닐라? '상상초월' 필리핀 농구 열기

JACK LIM 2014. 9. 2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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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인천이야 마닐라야?’

 

27일 한국과 필리핀의 2014 인천아시안게임 8강전이 벌어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의 풍경을 지켜본 사람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이날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남자농대표팀은 필리핀과의 인천아시안게임 8강리그 2차전에서 97-95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이날 올드보이문태종이 38 6리바운드로 맹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이끌었고, 조성민(17 4리바운드 4도움)과 김태술(16 5리바운드 5도움)도 착실한 지원사격으로 승리에 기여했다.

 

이로써 2연승을 달린 한국은 28일 카타르와 준준결승 3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이날 필리핀에 승리를 거두기는 했으나 삼산체육관을 찾은 수 많은 필리핀 관중들로 인해 홈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어웨이 경기를 치르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 내내 고전했다.

 

필리핀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 1쿼터 5분 만에 7-14로 뒤며 불안한 출발을 한 한국은 2쿼터에서도 좀처럼 점수차를 좁히지 못한 채 44-51 뒤진 가운데 마쳤고, 3쿼터 한때 49-63까지 크게 뒤지며 패색이 완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양희종과 김태술이 3점포를 꽂아 넣으며 반격에 나섰고, 이후 김태술의 가로채기와 속공, 그리고 3쿼터 막판 조성민의 3점포까지 터지면서 71-72, 한 점차로 추격한 가운데 3쿼터를 마친 한국은 4쿼터 들어 

 

김태술의 3점슛을 시작으로 문태종의 연속 득점이 터지며 역전에 성공했다. 특히 문태종은 4쿼터 중반 3점슛 2개를 포함해 10점을 몰아넣으며 전세를 뒤집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결국 한국은 경기 막판 얻은 마지막 공격 기회를 3점포로 연결,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는 그렇게 홈팀 한국의 승리로 마무리가 됐다. 승패를 떠나 양팀 모두 최고의 명승부를 펼쳤다는 점에서 두 팀 모두 갈채를 받을 자격이 있다.

 

하지만 이날 체육관의 운집한 관중의 열기 면에서는 필리핀에 완패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국내 농구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 전부터 경기를 보기 위해 필리핀 관중들이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을 연출했고, 경기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관중석에서 필리핀 선수들의 연습장면을 지켜보며 선수들의 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기 바빴으며, 선수들은 연습 도중 팬이 사진을 함께 찍기를 요청하면 흔쾌히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사진: 점프볼 손대범 편집장 페이스북(경기 전 체육관 앞게 길게 줄을 선 필리핀 팬들)

 

경기가 시작된 이후에는 중에는 필리핀 선수들이 홈경기라 느낄 정도의 일방적인 응원이 필리핀 선수들에게 쏟아졌다. 필리핀 관중들은 파도타기응원까지 벌여가며 열광적으로 자국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 같은 경기장 분위기에 대해 한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난 지금 필리핀 아시아농구선수권 대회에 와 있다. 여기는 인천 아닌 것 같다 필리핀 같다.”고 경기장 분위기를 전했고, 다른 기자도여기서 대한민국을 외쳤다가는 큰일 날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의 양희종은 경기 직후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경기장 입장할 때부터 '어 이거 뭐지? 분위기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1층은 전부 필리핀 분들이었다. 정말 10명 중에 1~2명만 우리나라 팬들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였는데... 필리핀의 농구 열기가 부럽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이후에도 필리핀 팬들은 경기결과에 아랑곳 하지 않고 필리핀 선수들에게 아낌 없는 갈채를 보냈다고 한다.


사진: WKBL 이장우 대리 페이스북(경기 후 선수들과 사진을 찍는 필리핀 팬들)


농구는 필리핀의 국기다. 필리핀의 농구열기는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수준이다.

 

필리핀이 과거 오랜 기간 미국의 지배를 받은 영향 탓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그 열기는 상상초월이라는 것이 필리핀 현지의 농구열기를 경험한 사람들의 한결 같은 증언이다.

 

국내 리그가 활성화되고 국민적인 인기를 얻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기량은 수준이 높다. 필리핀이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는 아시아에서도 약세를 면치 못하지만 농구만큼은 세계 그 어느 나라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필리핀이고 필리핀의 농구다. 

 

우리나라의 농구 열기도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

 

지난 여름 남자농구대표팀이 스페인 농구월드컵을 앞두고 국내에서 가진 뉴질랜드대표팀과의 평가전에 평일 낮에 펼쳐진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체육관이 입추의 여지가 없을 만큼 가득 찼던 사례에서도 보여지듯 농구의 인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필리핀의 농구 열기와 인기는 우리와는 분명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한편, 이날 삼산월드체육관에 입장한 관중들 가운데 필리핀 관중이 절대적으로 많았던 이유에 대해 한국 대표팀의 문태종이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의 잘못된 발표를 원인으로 지적, 눈길을 끌었다.

 

문태종은 "코트의 열기가 뜨거운 것은 좋은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필리핀 팬들 함성이 더 컸다. 티켓이 매진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팬들이 많이 못 온 반면 경기장을 찾은 필리핀 팬들은 현장 판매 티켓을 구매해서 더 그런 것 같다. 우리 가족들도 매진이라고 해서 안 오려고 했는데, 오늘 현장판매 티켓을 구해 들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현장 판매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위가 부정확한 정보를 알림으로써 결과적으로 많은 국내 농구팬들이 경기 당일 체육관을 찾지 못했다는 분석인 셈이다.

 

만약 문태종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필리핀 농구팬들의 열정은 국내 팬들보다 한 수 위다. 어쨌든 그들도 이날 경기 티켓이 매진됐다는 정보를 듣고도 혹시나하는 마음에 경기장을 찾았을 것이고, 그 결과 현장에서 티켓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농구에 대한 열정 만큼은 이미 필리핀 팬들이 금메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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