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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박찬호-텍사스, 유쾌하지 못한 평행이론?

JACK LIM 2014. 8. 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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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추신수가 자유계약선수(FA)로서 총액 13000만 달러(우리 돈 약 1379억원)라는 잭팟을 터뜨리며 텍사스 레인저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을 때 많은 국내 야구팬들은 추신수가 자신의 몸값에 부합하는 활약을 펼쳐냄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함과 동시에 선배 박찬호의 명예도 회복시켜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괜한 입방정을 떤 것은 아닌지 추신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수도 없이 들었을 추신수에게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짐 하나를 더 얹어준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올 시즌 초반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가장 (Hot)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컴퓨터와도 같은 선구안과 좌..우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타격, 거기에다 파워와 빠른 발까지 겸비한 추신수의 기량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지난 5 12일 추신수는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경기에 1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팀이 0-4로 뒤진 4회말 보스턴 선발 투수 존 래키를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1점 홈런을 때려내며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 했다.

 

이날 텍사스는 보스턴에 2-5로 패했지만 추신수는 타율(0.333)과 출루율(0.465), OPS(0.987)에서 모두 아메리칸리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때 이미 추신수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상태였다.

 

422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베이스러닝 도중 왼쪽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을 입었음에도 부상자명단(DL)에 오르는 대신 짧은 기간 치료와 휴식을 위한 뒤 다시 팀으로 돌아와 출전을 계속한 추신수는 몸상태 뿐만 아니라 심판들의 석연치 않은 볼판정에 선구안이 흔들리며 타율과 출루율이 급전직하 했다.

 

그 결과 8 7일 현재 추신수의 시즌 타율은 0.238, 출루율은 0.344까지 떨어졌다.

 

그러는 사이 미국 현지 언론들의 반응도 180도 달라졌다. 시즌 초반 추신수를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지만 지금은 추신수에게 먹튀꼬리표를 달아줄 기세다.

 

추신수는 최근 한 포털 사이트에 기고한 수기 형식의 칼럼에서  “나란 사람이 이렇게 존재감 없는 선수는 아닌데, 이토록 반복된 어려움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선수는 아닐 진데, 여러분들에게 보이는 내 모습은 한 마디로답이 없는성적으로 실망만 안겨드리고 있다며 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어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격이 좋았던 시기의 비디오를 보고, 코치와도 상의를 하면서 타격폼에 변화를 줬지만 이전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결과를 얻었고, 타격 시에 밀어치지 못하는 자신의 스윙에 대해서도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추신수는 특히 슬럼프의 주된 원인으로 선구안을 지적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심판의 판정에 대해선 크게 문제가 없는 한, 최대한 존중하고 수용했던 편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 들어 어떤 이유에서인지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지면서 제가 신념처럼 믿고 있었던 선구안이 흔들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한 동안은 내 선구안을 버리고 그때 그때 달라지는 심판의 존에 맞춰가며 타격을 하려 했는데 전 선구안이 무너지면서 타격감마저 급락했다고 했다.

 

추신수는 또내 눈에는 스트라이크 존이 정해져 있다. 한국에서 야구한 것을 제외하고 미국에서 14년을 야구하며 만들어진 스트라이크 존인데, 그게 하루 아침에 바뀌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선구안이 흔들리다보니 제 야구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이전보다 넓게 적용되는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오랜 기간 형성해 온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과 선구안이 무너졌다는 말이다.

 

텍사스에 FA로 입단해 부상 속에서 악전고투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신수는 과거 박찬호와 세월을 뛰어 넘어 유쾌하지 못한 평행이론의 증거가 되고 있는 듯하다

 

1990년대 중후반 LA다저스에서 한 시즌 18승을 올리는 등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촉망 받는영건이었던 박찬호는 지난 2002 1월 텍사스와 5년간 총액 6500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텍사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박찬호가 텍사스에서 제대로 활약해 본 시즌은 단 한 시즌도 없었다. 허리부상이 박찬호의 발목을 잡으면서 박찬호는 이적 첫 해 9 8패 평균자책점 5.75로 그나마 10승 언저리에 가봤을 뿐 이후 박찬호는 3년간 고작 13승만을 거둔 뒤 2005년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됐다.

 

박찬호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부상을 숨기고 계속 마운드에 오른 이유에 대해 그때는 부상을 이유로 던지지 않는 것이 비겁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힌바 있다.




 

추신수가 부상에도 불구하고 계속 출전을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팀을 위해 뛰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밝힌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10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박찬호와 추신수, 그리고 텍사스 레인저스라는 구단 사이에 펼쳐지고 있는 이 상황이 정확히 같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상당 부분 닮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신수와 텍사스의 인연이 박찬호와 텍사스의 그것과 다를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추신수의 슬럼프가 오로지 추신수의 개인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팀의 다급한 사정으로 인해 추신수의 무리를 어느 정도 묵인한 구단의 책임도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추신수의 현재 부상 정도나 심판의 볼 판정에 대한 문제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대처하면 충분히 대처가 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추신수가 출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어찌 보면 추신수가 팀의 마지막 자존심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면 구단의 입장에서 추신수를 곱게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올 시즌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내년 시즌에는 올해의 시행착오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추신수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팬들은 알고 있다. 지금은 그저 추신수의 남은 한 경기 한 경기를 지켜보고 조건 없는 격려를 보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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