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낮 농구 A매치 '흥행 대박' 그 신선한 충격과 교훈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이 평일 낮에 뉴질랜드 대표팀과 가진 농구 A매치 평가전이 흥행 면에서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이번 뉴질랜드와의 농구대표팀 친선경기는 지난달 29일과 31일 이틀에 걸쳐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는데 국내에서 남자농구대표팀의 국제 친선경기가 열린 것은 8년 만이라고 한다.
오랜 만에 열린 농구 A매치에 대한 반가움이었을까?
이번 두 차례 평가전을 주최한 한국농구연맹(KBL)에 따르면 29일 1차전 경기티켓 판매분 6000석이 매진된 데 이어 2차전에서도 매진행렬이 이어졌고, 더 나아가 체육관 수용인원을 초과한 6523명이 들어찬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국내 농구팬들의 열기에 부응이라도 하듯 우리 농구 대표팀은 뉴질랜드를 상대로 선전을 펼친 끝에 1승1패라는 괜찮은 성적을 거뒀다.
2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역전을 당하지 않았다면 2승으로 마칠 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우리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이래저래 기분 좋은 시간들이었다.
대표팀 간판 가드 양동근은 경기 직후 “행복하다. 선수로서 행복한 일이다. 관중들이 응원을 많이 해서 선수들이 힘을 많이 냈다. 이런 게임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평가전이지만, 이런 게임을 많이 해서 다른 나라 선수들과 부딪혀야 젊은 선수들이 배우고 느낀다”라고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코트에서 경기를 펼친 선수뿐만 아니라 기자석에서 경기를 취재한 기자들 중 상당수도 SNS를 통해 이날 농구 A매치 흥행 대박에 대해 고무적이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각급 학교가 방학 중이고, 시기상 여름 휴가철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한여름 평일 낮 시간에 열린 농구 국가대표 평가전에 두 차례 모두 체육관이 관중들로 가득 찼다는 것은 분명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을 받기에 충분한 ‘작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현상은 비록 예상치 못한 일일 수는 있어도 결코 우연한 일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그 만큼 국내 농구 팬들의 한국농구와 선수들에 대한 충성도와 열의, 그리고 국내 농구의 저변이 넓고 두터워졌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을 듯싶다.
특히 프로농구 구단들이 최신 트렌드의 마케팅 기법을 발빠르게, 그리고 감각적으로 반영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던 것이 팬들로 하여금 비시즌에도 지속적으로 한국농구와 선수들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유지할 수 있도록 했고, 대학 농구리그가 활성화 되면서 농구의 저변이 크게 확대된 것이 이번 A매치 흥행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KBL은 이번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농구 A매치를 정례화 하고 그 빈도를 늘림으로써 대표팀의 전력 향상을 도모함과 동시에 프로농구를 자연스럽게 프로모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을 것이다.
또한 대학 리그에서 꾸준히 스타급 선수들이 양성되고, 그들이 또 꾸준히 프로리그에 공급이 도어야만 대표팀의 전력향상과 프로농구의 수준향상, 그리고 프로농구의 흥행과 팬층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새삼 확인했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 증명되고 확인된 것이 있다면 그에 터잡아서 체계적인 실천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2000년대 중반까지 지지부진한 흥행을 이어가던 프로야구는 2006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 등을 계기로 흥행 면에서 폭발적인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 것이 사실이다.
만약 국가대항전에서의 성공이 없었다면 프로야구의 인기는 지금과 같은 폭발력을 지니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프로스포츠의 흥행과 그 종목 국가대표의 국제대회 성적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만약 대표팀이 세계농구월드컵 무대에서 한국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지닌 외국팀들의 세계적인 선수들과 당당히 겨뤄 한국농구의 자존심을 지키고 돌아오고,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면 다가오는 새 시즌 프로농구의 흥행 성공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두 대회에서 대표팀이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다면 올 시즌 프로농구의 흥행은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기존의 팬층이나 저변을 고려하면 평년작 정도는 충분하겠지만 말이다.
뉴질랜드와의 A매치를 통해 보기에 새롭지만 어찌 보면 새삼스러운 교훈을 얻은 대표팀과 한국 농구계가 앞으로 이번 교훈을 달콤한 결실로 이어놓을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