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홈런' 한화 신인 강경학, 그를 주목하는 진짜 이유
1군에 갓 올라온 신인 선수가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하는 홈런을 쳐내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 봐도 짜릿하고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지난 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이글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에서 한화의 4년차 중고신인 강경학이 팀의 9-6 재역전승을 확정 짓는 결승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는 장면에서도 역시 그와 같은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강경학은 이날 한화가 불펜진의 난조로 4-2로 앞서던 경기를 4-6으로 역전을 허용한 상황에서 8회말 다시 두 점을 따라붙어 6-6 동점이 만들어진 이후 타석에 등장했다.
스코어 5-6 상황에서 두산 3루수 허경민이 내야땅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라운드에 넘어지면서 3루에서 홈으로 파고들던 정범모와 타자주자 정근우까지 1루에서 살려주면서 동점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주자 두 명을 루상에 살려준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느낌상 묘한 기분을 갖게 했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어제 2군에서 1군에 올라온 신인 강경학이었다.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과거의 한화였다면 이 상황까지 온 것 자체에 만족하고 다음 이닝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할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경학은 두산 정재훈의 2구째 몸쪽 높게 코스의 시속 128km짜리 체인지업이 들어오자 거침 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그리고 강경학의 친 타구는 경쾌한 타격음과 동시에 외야로 쭉쭉 뻗어가더니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버렸다.
강경학의 프로 데뷔 첫 안타가 팀을 재역전승으로 이끄는 결승 3점 홈런으로 장식되는 순간이었다.
한화 입장에서는 바로 전날 2군에서 올라온 신인 선수가 결정적인 순간 팀을 단박에 승리로 이끄는 홈런을 쳐냈으니 기쁨이 몇 배가 됐고, 정재훈이 무난히 이닝을 마무리하리라 기대했던 두산 덕아웃의 분위기는 무명의 신인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으면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고 졸지에 패배의 위기에 몰렸다는 점에서 초상집에 가까웠을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결국 강경학이 만들어낸 9-6의 스코어는 이날 경기의 최종 스코어가 됐다.
이와 비슷한 장면은 2년 전에도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KIA 타이거즈 황정립.
2012년 9월 14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더블헤더 2차전.
KIA가 7-7로 맞선 12회초 밀어내기 점수를 내줘 7-8로 리드를 허용,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 12회말 당시 KIA의 신인이었던 황정립은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롯데의 투수 강영식의 3구째을 통타, 우중월 장외 동점포를 날려 8-8 무승부를 만들었다. 황정립의 동점포 덕택에 KIA는 다 내준 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당시 상황은 황정립이 홈런을 쏘아 올리기 전 경기를 중계하던 해설자가 황정립의 홈런을 예측하기라도 하듯 홈런을 언급한 직후 터져아온 홈런이었기 때문에 더욱 더 그 상황이 신기했다.
당시 황정립의 대타 홈런은 통산 675호였다. 그 만큼 대타홈런은 비교적 흔하게 나오는 홈런인 셈이다.
하지만 신인 데뷔 첫 타석 홈런은 당시가 통산 6번째였고, 신인으로서 대타 첫 타석 홈런은 두산 송원국이 2001년 6월23일 잠실 SK전에서 기록한 이후 사상 두 번째였다.
그만큼 신인이 타자로서 첫 타석 또는 1군에 데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홈런을 쳐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신인 선수가 이처럼 깜짝 활약을 펼친 이후 팀의 주축으로 성장하는 경우를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단 한 번의 활약으로 비약적인 기량향상을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어쨌든 신인 선수가 자신의 플레이 하나로 팀과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이후 자신에게 주어진 좋은 기회를 꾸준히 이어가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강경학은 앞으로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한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한화 우투좌타 내야수인 강경학은 광주 동성고 출신으로 지난 2011년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한화에 입단,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프로 입단 후 양 어깨 모두 수술을 받고 2년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2군에서 기량을 가다듬어 온 프로 4년차 중고신인 선수다.
전문가들은 일단 강경학이 수비에서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강경학은 이날 결승 홈런을 터뜨리기 직전 8회초 수비에서 홍성흔의 잘 맞은 라이너성 타구를 혼신의 점프 캐치로 잡아낸 뒤 홍성흔의 타구를 안타로 확신하고 2루로 달려온 두산의 주자까지 태그로 잡아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강경학의 수비적인 재능을 엿볼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이정훈 한화 2군 감독은 한 언론에 강경학에 대해 "난 함부로 선수 판단을 안 한다. 하지만 분명 강경학은 한화 미래의 주전 유격수 1순위다. 이 선수에게 굉장히 푹 빠져있다"고 칭찬한 뒤 “이 선수는 무조건 된다"고 까지 말하기도 했다.
한화의 고질적인 약점은 수비에 있었다. 잘 나가다가도 수비가 무너져 경기를 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재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를 수비로 지적한다고 해도 결코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수비적인 재능이 뛰어나면서 타격에서도 서서히 능력치를 높여가고 있는 신인 강경학의 등장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일이다.
강경학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신인의 몸으로 한 경기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벼락 같은 결승 홈런을 쏘아 올렸다는 사실보다는 그가 팀의 코칭스태프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는 ‘준비된 신인’이라는 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