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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축구,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냉정한 현실 앞에 서다

JACK LIM 2014. 7. 1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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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14 브라질월드컵은 브라질 국민들에게 축구 자체로도, 그리고 축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대회가 됐다.

 

브라질은 13일 새벽(한국시간) 브라질의 수도인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브라질월드컵 3-4위전에서 단 한 골도 득점하지 못한 채 0-3으로 완패, 4위로 대회를 마쳤다.

 

브라질은 앞선 두 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8강에서 탈락했고, 안방에서 열린 이번 월드컵에서는 12년 만에 4강에 진출,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브라질의 브라질월드컵 여정이 끝난 지금 브라질에게 앞선 두 차례 월드컵에서의 8강 탈락이 나은 결과였는지, 아니면 이번 대회에서 4위를 차지한 것이 나은 결과인지를 물어본다면 브라질 국민들의 대답은 어떤 쪽일까?



 

기자가 브라질 국민의 입장이라면 앞선 두 차례 8강 탈락이 나은 결과였다고 말할 것 같다.

 

네덜란드와 3-4위전에서 맞붙은 브라질은 수비의 핵 티아구 실바가 제자리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무기력 그 자체였다.

 

특히 전반전에만 두 골을 내준 채로 후반전에 임한 브라질 선수들의 플레이는 지리멸렬했고, 신경질적이었다.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들이 모인 팀의 축구라고는 믿기지 않는 투박한 축구였고, 거친 축구였고, 찌질한 축구였다.

 

사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브라질과 네덜란드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독일에 무려 7골을 내주면서 1-7로 참패를 당한 브라질은 3-4위전에서 네덜란드를 물리치고 브라질 국민들의 가슴에 난 엄청나게 큰 상처를 다소나마 치유해주고자 하는 의욕이 넘쳤지만 네덜란드의 입장에서는 그저 빨리 끝내기만을 바라는 귀찮은 경기였다.

 

루이스 반 할 네덜란드 감독은 공식적인 인터뷰에서 마저 3-4위전 무용론을 펼치면서 불만을 터뜨리기도 할 정도였다.

 

물론 아르헨티나와의 준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한 짜증이 3-4위전 무용론을 펼치게 된 하나의 이유가 됐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월드컵을 주최한 국제축구연맹(FIFA) 입장에서 들을 때는 기분 나쁜 말일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3-4위전을 치러야 하는 경기였고, 네덜란드는 경기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결국 의욕 만으로는 클래스의 차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네덜란드가 브라질을 상대로 확실히 보여줬다.



 

네이마르가 있었다면 브라질의 공격이 그렇게 무력해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날 네덜란드가 보여준 플레이는 브라질의 클래스보다는 분명 한 단계 위였다.

 

이날 한 판의 경기 결과로 3위 네덜란드는 우리 돈으로 225억 원 가량의 상금을 받게 됐고, 브라질은 약 204억 원의 상금을 받게 됐다. 이날 3-4위전 한 판에 21억 원이 걸렸던 셈이다.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월드컵 무대에서 어찌 보면 21억 원이라는 액수의 차이는 그리 큰 차이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3-4위전을 지켜본 많은 축구팬들은 브라질과 네덜란드의 차이를 단순히 21억 원짜리로 보지 않았을 것이다.

 

브라질은 이제 스스로 처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몰렸다.

 

그 현실은 바로 브라질 대표팀의 축구실력이 세계 정상급인 것은 여전하지만 더 이상 최정상급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3-4위전이 네덜란드의 완승으로 끝이 난 순간 네덜란드 벤치의 분위기는 귀찮은 경기를 끝냈다는 홀가분함보다는 무척 기쁘다는 표정이었다.

 

반면 브라질 쪽의 분위기는 다소 험악해 보이기까지 했다. 스스로에게 화가 나 있는 것인지 이날도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선수들의 표정에는 미련이 남아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하게 읽혔던 것은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축구가 더 이상 네덜란드를 비롯한 세계적인 강호들과 싸워 이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듯한 불안함이었다.

 

삼바군단브라질 축구가 그들의 축구 역사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에 섰다고 보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브라질 축구 역사에 지워버리고 싶은 사건 만은 아닐 수도 있다. 브라질 축구가 변화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한 와신상담내지 절치부심의 계기가 될 수도 있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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