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의 윤석영, 사실상 쓸 수 없는 카드인 이유
홍명보 감독이 지난 8일 오전 파주 국가대표훈련센터(NFC)에서 브라질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했을 때 윤석영(퀸즈파크 레인저스)은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멤버 가운데 한 명이었다.
소속팀에서 출전시간과 활약도 면에서 변변치 않았던 윤석영이 대표팀에 뽑힌 것도 논란이었고, 윤석영과 같은 포지션으로 윤석영보다 최종 엔트리 발탁이 유력시 됐지만 부상으로 최종 엔트리 진입이 무산된 박주호(마인츠05)의 부상 정도에 대한 의구심 어린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홍명보 감독이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함께 했던 윤석영을 선발하기 위해 박주호의 부상 정도를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쨌든 윤석영을 선택한 것은 홍명보 감독의 고유권한이고, 결국 한국 축구가 브라질월드컵에서 모든 일정을 소화한 뒤 그 성과에 따라 홍 감독의 선택은 합당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논란을 빚으면서 뽑은 윤석영이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말썽이다.
물론 윤석영이 부상을 당했다거나 하는 문제는 아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1부 리그) 승격을 노리는 소속팀이 며칠 후 있을 더비카운티와의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전에 윤석영을 투입하고자 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다.
윤석영은 당초 지난 14일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훈련캠프인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 입소할 예정이었으나 19일 현재 여전히 영국에 머물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9∼25일을 '의무 휴식 기간'으로 정해 각국 월드컵 예비명단에 포함된 선수는 소속팀 경기에 나설 수 없도록 했다.
윤석영의 소속팀 퀸즈파크 레인저스(QPR)는 윤석영은 출전시켜 FIFA로부터 받는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FIFA의 ‘월드컵 출전 선수 보호 규정’은 강제 규정이 아니라 권고사항이라 실질적인 효력은 없다는 것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역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통 각 축구협회는 선수 차출과 관련해서는 소속팀과 마찰을 피한다. QPR도 큰 징계는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팀의 측면 수비 포지션은 좌우를 막론하고 대표팀의 취약 포지션으로 앞으로 브라질월드컵 개막까지 남은 약 한 달의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포지션이다.
그런 중요한 포지션에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할 선수가 준비기간 중 절반 정도의 시간을 허공에 날려야 한다면 주전 경쟁은 의미가 없어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브라질로 떠나기 전부터 홍명보호의 왼쪽 풀백 주전 자리는 일찌감치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쪽으로 기울어진다.
물론 홍명보 감독도 현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 동안 QPR 해리 레드냅 감독이 윤석영에 대해 부여한 출전시간 등 윤석영의 활용 형태를 감안했을 때 윤석영이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 때문에 월드컵 대표팀 합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설마’가 사람을 잡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윤석영이 24일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을 치르고 대표팀에 합류하더라도 김진수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가능성도 물론 있다. 하지만 브라질로의 이동거리와 예선 일정 등을 종합해 보면 윤석영에게는 훈련을 통해 수비라인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같은 상황이 홍명보호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일단 왼쪽 수비에 김진수를 확실한 주전으로 점 찍어 놓은 다음 다른 수비라인 조합을 가지고 고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팀의 불확실성 하나가 일찌감치 제거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윤석영이 백업 요원의 역할을 한다 하더라도 팀 훈련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만약 김진수가 경기 중 부상을 당한다거나 극심한 컨디션 난조를 보인다면 그 때 윤석영을 대체카드로 쓸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브라질로 떠나기도 전이지만 윤석영은 사실상 쓸 수 없는 카드라고 보여진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 봐서 그렇다.
하나마나 한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홍명보 감독이 여러 언론이 지적했던 대로 일단 박주호를 최종 엔트리로 뽑아 놓고, 부상 회복 추이를 지켜봤더라면 윤석영 카드에 대한 이 같은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