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일주일 늦은 복귀에 담긴 의미와 과제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부상자명단(DL)에 올랐던 류현진이 마침내 실전 마운드 복귀를 확정 지은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17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카멜백렌치에서 가진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4이닝 동안 75개의 볼을 던지며 구위를 점검했는데 이날 시뮬레이션 피칭을 한 투수들 가운데 좋은 컨디션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구체적으로 복귀날짜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류현진은 곧 복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저스의 경기일정상 오는 22일에 있을 뉴욕메츠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는 것이 언론의 관측이다.
류현진이 22일 메츠전에 복귀하면 지난 4월 28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선발 등판 이후 24일만의 등판이며, 당초 DL에서 해제되는 지난 14일 정도에 마운드에 복귀할 것이라던 언론의 예상보다 일주일 이상 늦춰진 복귀다.
류현진이 DL에 등재된 것은 지난 3일.
다저스 구단은 이날 류현진이 지난 4월 28일 콜로라도 로키스전 도중 왼쪽 어깨 근육에 통증을 느꼈으며 콜로라도전 이튿날인 29일자로 15일짜리 DL에 오른다고 발표했다.
페넌트레이스의 기세가 갈리는 시즌 초반의 중요한 시기에 팀 선발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는 투수가 한 달 가까이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선수 개인에게도 큰 타격이지만 무엇보다 팀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 면에서 상당한 공백감이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타격이었다.
특히 시즌 초 등 부상으로 오랜 기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던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팀에 복귀하는 시점과 맞물려 류현진의 DL행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 이유로 언론이나 팬들은 류현진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팀 마운드에 복귀할 것이냐의 여부를 두고 조급함 섞인 궁금증을 표시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저스의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나타내면서도 그의 복귀시기에 대해서만큼은 무척이나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왔다.
매팅리 감독이 류현진이 복귀할 시점에서 통상 DL에 올랐던 투수들이 제자리로 복귀하는 수순을 모두 밟게 될 것임을 언급하면서도 마이너리그에서의 시험등판은 없을 것임을 밝힌바 있다.
이 같은 매팅리 감독의 입장은 류현진의 몸 상태와 전체적인 컨디션, 그리거 구위에 대한 점검은 있을지라도 류현진의 실전 감각 내지 경기운영능력에 대한 점검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나타내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DL에 오른 이후 일주일 정도 만인 9일부터 롱토스와 그라운드 피칭 정도를 소화한 류현진은 지난 14일 불펜에서 40개의 볼을 던져 구위와 컨디션을 점검했고, 그로부터 사흘 만에 가진 시뮬레션 게임에서 실전 복귀를 위한 마지막 시험을 치러 합격점을 받아냈다.
만약 류현진이 언론의 관측대로 22일 메츠를 상대로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낸다면 다저스 선발진은 시즌 개막 두 달 여 만에 비로소 온전한 모습의 ‘1-2-3 펀치’를 갖추게 된다.
어찌 보면 다저스의 입장에서는 22일 류현진의 복귀 시점이 새로운 시즌 개막을 알리는 시점이 될 것이다.
류현진의 마운드 복귀 과정을 통해 본 모습은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그리고 다저스에서 롱런을 하는 데 있어 류현진 개인에 앞서 다저스 구단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잘 볼 수 있었다.
선수단 연봉이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높은 팀임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수비와 그에 따른 불펜진의 과부화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도 1위는커녕 3위에 쳐져 있는 팀의 상황 속에서도 다저스 구단이나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복귀를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물론 류현진이 없는 가운데 커쇼와 잭 그레인키가 팀의 주축 선발투수로서 제 역할을 해 주고 있는 탓도 있지만 아직 페넌트레이스 일정이 많이 남아 있고, 류현진 없이 이제 27세에 불과하고 이번 시즌을 포함해 다저스를 위해 5시즌을 더 뛰어야 하는 ‘앞길이 구만리’ 같은 선수라는 점을 다저스 구단이 충분히 감안한 조치라고 보여진다.
류현진이 복귀 이후 DL행 이전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과제는 남는다.
국내 프로야구 무대에서 활약하던 당시에도 류현진은 비슷한 부위의 비슷한 증상으로 통증을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부상으로 DL에 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앞으로 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류현진은 어깨 부위에 대한 지속적인 체크가 필요하다.
몇 년 후 다저스와의 계약이 끝나고 30대 초반의 나이에 자유계약선수(FA)로서 좋은 계약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 몸 상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필요한 일이다.
선배 박찬호가 다저스에서 활약하는 동안 허리부상을 제대로 다스리지 않은 채 FA 신분으로 텍사스 레인저스의 유니폼을 입은 이후 어떤 고통과 수모를 당했는지, 그리고 그 이후 어떤 ‘고난의 행군’을 이어갔는지 떠올려 보고 곱씹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