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악플러들의 '급' 떨어지는 '급 타령' 유감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 손연재(20.연세대)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에서 개인종합 우승을 포함해 4관왕에 등극, 한국 리듬체조 역사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손연재는 7일(한국시간) 리스본에서 끝난 리듬체조 월드컵 종목별 결선에서 나서 후프에서 17.500점을 받아 동메달을 획득한 뒤 이어진 볼(17.500점), 곤봉(17.450점), 리본(17.150점) 결선에서 모두 1위에 올라 종목별 결선에서만 3개의 금메달과 1개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손연재는 전날 개인종합에서 따낸 금메달을 합쳐 이번 대회에서 4관왕에 오름과 동시에 전 종목 메달 획득이라는 위업을 이뤘다.
이 같은 손연재의 성과는 이견의 여지 없는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전인미답’의 성과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손연재의 쾌거를 다룬 각종 언론 보도에 달리는 일부 누리꾼들, 정확히 말하자면 ‘악플러들’의 댓글은 참으로 보기 민망한 수준이다.
손연재가 4관왕에 오른 리스본 월드컵이 세계 최정상의 선수들이 불참해 급(級)이 떨어지는 대회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손연재의 성과를 평가절하 하는 댓글부터 난데 없는 ‘언론플레이’ 운운하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이전에 손연재가 월드컵 무대에서 개인종합 메달이 없었다는 이유로 손연재를 깎아 내렸던 사람들은 이번 손연재의 성과를 확인하고 나서는 별반 할 말이 없어졌을 것이지만 그 중 스스로의 논리는 정당화 하고 싶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손연재가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리스본 월드컵의 ‘급’을 문제 삼는 것이 하나의 면피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웃기는 코미디는 이런 악플러들은 서로 ‘추천 품앗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연재에 대한 악성 댓글에 추천 버튼을 눌러줌으로써 이른바 ‘베스트 댓글’로 채택되면 댓글 리스트에서 가장 상위에 표시된다는 점을 이용해 서로 추천 버튼을 눌러주는 품앗이를 하고 있는 것이 이들 악플러들의 찌질하고 졸렬한 행태다.
물론 FIG가 ‘월드컵’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대회라 하더라도 분명 ‘급’이 있는 것은 맞다. 그리고 손연재가 4관왕에 오른 이번 리스본 월드컵에 마르가리타 마문, 야나 쿠드랍체바 등 세계 최정상의 러시아 선수 2명과 '우크라이나 에이스' 안나 리자티노바 같은 선수가 출전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손연재와 기량 면에서 호각지세를 이루는 선수들이 다수 출전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치명상으로 작용하면서 순위를 곤두박질치게 만들 만한 위험이 상존하는 대회라는 점에는 다를 바가 없는 대회다.
그렇다면 이런 대회에서 손연재가 개인종합 금메달을 포함해 무려 4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사실은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한국 리듬체조 역사에 있어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고, 세계 리듬체조 역사에서 보더라도 기억될 만한 성과임에 틀림 없다.
이 같은 성과를 오로지 대회의 ‘급’을 문제 삼아 평가절하 하는 것은 한 마디로 ‘급’ 떨어지는 한심한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노메달도 아니고 대회가 치러지는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따낸 것도 악플의 대상인가? 급이 떨어지는 대회는 아예 출전도 하지 말아야 하는가?
이런 급 떨어지는 악플러들의 공세를 마치 실체가 있는 논리인양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보도하는 일부 언론들의 얄팍한 행태도 악플러들이 활개를 칠 수 있는 좋은 배경이 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바뀔 수 없는 팩트는 손연재가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FIG 공인 월드컵 대회에서 개인종합 금메달을 포함해 4개의 금메달을 따냈고, 전 종목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