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박지성 대표팀 복귀 이끌어낼 수 있을까
2014 브라질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있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지성 카드’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언급해 주목된다.
홍 감독은 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뛰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주위를 통해 들었을 뿐 직접 확인한 상황은 아니다. 박지성을 만나 직접 입장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 감독은 인터뷰에서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뛰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주위를 통해 들었을 뿐 직접 확인한 상황은 아니라고 했지만 박지성이 대표팀 은퇴를 공식 선언한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여러 차례 대표팀 복귀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는 점을 감안하면 홍 감독의 이번 발언은 박지성에게 대표팀 복귀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해석된다.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와 관련, 홍 감독이 대화에 나설 뜻을 밝히자 박지성의 부친인 JS파운데이션 박성종 상임이사는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이사는 이날 <스포츠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홍 감독과 지성이는 대표팀에서 같은 방을 쓰는 등 누구보다 가깝다.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나도 ‘둘이 직접 만나 얘기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지성이 홍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대표팀 은퇴를 못 박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못을 박는 것은 아니다. (박지성의 은퇴 발언이)진심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서로 미디어를 통해서만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서울>은 이어 “둘의 대화를 통해 대표팀 컴백이라는 그림도 충분히 그릴 수 있다는 뉘앙스에 가까웠다.”고 전했다.
이처럼 홍 감독이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를 요청할 뜻을 굳힌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박지성의 입장에도 미묘한 변화가 읽히고 있다.
박지성은 지난해 연말 한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계속 말씀을 드렸지만 아직 대표팀에 복귀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 선수들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잘 해주고 있고 제 자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선수들이 경험이나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좋은 선수들이라 생각한다”며 고 말했다.
‘계속 말씀 드렸지만’이라는 표현으로 기존 입장과 다를 바 없음을 내세웠지만 ‘아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박지성은 이로부터 6개월 전인 작년 6월 수원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는 "많은 분들이 대표팀을 걱정하시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대표팀 복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과거에도 분명히 여러 문제가 있었다. 특별한 일도 있었지만 모두 이겨냈다. 여러 가지를 감안한다면 남은 기간 동안 잘 준비하면 좋은 결과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6개월 사이에 이뤄진 발언의 뉘앙스를 살펴볼 때 대표팀 복귀에 관한 입장에 미묘하지만 변화가 감지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사실 박지성은 연령(만 33세)상 아직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것이 이른 나이다. 최근 부상이 잦고 회복 기간도 길어지는 등 세월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모습이 역력하지만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언제든 세계 정상급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음을 소속팀(PSV 에인트호벤)에서 증명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홍명보 감독 입장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임에 틀림이 없다.
축구전문 저널리스트이자 방송 해설자인 서형욱씨도 이 같은 점을 안타까워하며 자신의 칼럼에서 “아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스타팅으로 나설 정도의 기량과 몸 상태를 가진 선수, 대한민국 축구의 황금기를 관통하는 빼어난 경력의 소유자, 아직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 이런 선수를 대표팀에 발탁할 수 없다면 그 대표팀은 과연 진정한 ‘대표팀’일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는 것으로 ‘국가대표 박지성’의 필요성을 역설한바 있다.
박지성이 대표팀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현재 대표팀의 전력강화라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팀웍 극대화를 위한
확실한 정신적 지주가 필요하다는 명분 내지 동기 제시가 더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박지성이 대표팀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대표팀 선수들의 정신적 융합 극대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그런 점은 대표팀이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을 치러내는데 있어 전력 강화라는 측면보다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명보 감독도 박지성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 같은 부분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성의 입장에서도 대표팀 복귀와 브라질월드컵 출전은 퀸즈파크 레인저스에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건재를 과시하는 데 있어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직 면담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속단하기는 이르나 박지성이 앞서 언급된 대표팀 복귀의 명분과 그에 따른 실익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이전보다는 대표팀 복귀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