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농구하는 아이유' 홍아란을 아십니까?
여자프로농구 취재를 시작했던 지난 시즌, 청주에서 열리는 경기를 취재하러 가면서 기자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들었던 말 중에 한 마디는 ‘청주 아이유’라 불리는 한 선수에 관한 이야기였다.
청주 KB스타즈 소속 신인 가드 홍아란이란 선수가 귀여운 외모에 당찬 플레이로 ‘청주 아이유’로 불린다는 말이었다.
일단 경기장에 들어선 다음 홍아란이란 선수를 찾아봤다. 과연 듣던 대로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이 귀여운 외모의 신인 선수가 얼마나 많은 시간 코트에서 활약할 수 있을지, 그리고 코트에서 어떤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잠시 후 경기에서 홍아란은 적지 않은 시간을 뛰며 팀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활약했다. 기량적으로 보면 가끔 감독의 지시와는 동떨어진 엉뚱한 플레이로 정덕화 당시 감독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지만 농구선수로서 충분한 재능을 보여줬다.
그 결과 홍아란은 지난 시즌이 '사실상' 프로 데뷔 시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당 평균 16분 가까이를 뛰며 팀의 주축 가드 중 한 명으로 무난한 시즌을 보냈다. 프로에 데뷔한 선수들이 대부분 최소 2-3년은 벤치신세를 감수해야 하는 국내 여자프로농구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홍아란의 플레이는 빠르고 저돌적이다. 가끔 장신의 상대 수비진을 눈깜짝할 사이에 돌파, 그림 같은 레이업슛을 성공시켜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수비에서도 홍아란은 맨투맨 수비에서 최소한 자신이 맡은 상대를 5-10분 정도는 그림자처럼 쫓아 다닐 수 있다는 능력을 검증 받았다.
데뷔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 홍아란이 비교적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리고 한 시즌이 지나 프로농구 선수 홍아란의 두 번째 정규시즌이 개막했다.
시즌 개막 전부터 홍아란은 팀 동료인 가드 심성영과 함께 KB스타즈의 빠르고 파괴력 있는 농구의 선봉에 설 주자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프로 2년차 홍아란은 루키였던 지난 시즌과는 적지 않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체력은 강해졌고, 성실한 수비는 더욱 더 집요하고 강력해졌으며, 가드로서 팀을 리드하는 플레이에는 한층 여유가 생겼다. 무엇보다 고비 때마다 한 방씩 터뜨려주는 3점슛 능력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돌파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 7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스타즈와 용인 삼성생명과의 경기는 홍아란의 긍정적 변화를 플레이 전 영역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시즌 초반 주목을 받던 동료 심성영이 최근 부진해 팀의 가드로서 더욱 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앞서 홈 구장에서 있었던 구리 KDB생명, 춘천 우리은행과의 홈 2연전을 모두 무기력하게 내준 상황에서 맞이한 경기였기 때문에 부담감이 적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날 홍아란은 풀타임에 가까운 37분을 뛰며 3점슛 한 개를 포함해 10득점을 올렸고, 3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언뜻 보면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팀의 주전 가드의 기록이라 보기엔 평범한 기록이지만 이날 홍아란이 기록한 유일한 3점포는 팀 승리를 결정짓는 역전 결승 3점포였다.
팀이 4쿼터 막판 55-57, 2점차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삼성생명 진영 오른쪽 외곽에서 슈팅 기회를 얻은 홍아란은 자신의 슈팅을 블록하려 몸을 날린 김한별을 한 차례 속임 동작으로 따돌린 뒤 3점 라인 안쪽으로 들어가 있던 자신의 발을 얼른 3점 라인 밖으로 옮겨 놓은 다음 지체 없이 슛을 시도했고, 홍아란의 손을 떠난 공은 삼성생명의 림으로 빨려 들었다.
이날 승리를 결정 짓는 역전 결승 3점포가 터지는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전 서동철 감독은 홍아란의 꾸준한 출전시간에 대해 공격보다는 수비적인 부분에서의 강점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날 홍아란은 자신의 힘으로 팀에게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자칫 홈 3연패를 당할 수 있는 위기에서 팀을 구해낸 셈이다.
스타 플레이어로 가는 긴 여정의 첫 발을 뗀 의미 있는 결승골이라고 볼 수 있었다.
경기 직후 홍아란은 결승골을 성공시킨 소감을 밝혀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내 슛이 결승골이었냐”는 다분히 ‘뻔한 반문’을 던져 기자들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이어 결승 3점포를 던질 때의 상황, 올 시즌 플레이에 여유가 있어지고 전반적인 경기력이 향상된 이유 등을 설명한 홍아란은 국가대표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졌다. 그는 지난 비시즌 국가대표팀의 일원으로 존스컵에 참가했다.
홍아란은 존스컵에 대표선수로 참가하게 된데 대해 자부심도 느꼈지만 한편으로 출전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한데 대해서는 분하기도 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키우게 됐다고 밝혔다.
귀엽고 깜찍한 외모 이면에 숨겨졌던 승부근성이 표출된 순간이었다.
홍아란 스스로도 느꼈겠지만 홍아란의 성장은 분명 KB스타즈의 올 시즌 성패를 좌우할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빠르고 파괴력 있는 서동철표 벼락농구의 시발점이 바로 가드의 활약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날 홍아란의 공수에 걸친 활약은 팬들도 즐겁게 했지만 누구보다 서동철 감독을 즐겁게 했을 것이다.
한편, 여자프로농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청주 아이유’ 홍아란의 인기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홍아란은 “SNS 친구 신청이 늘었다”며 팬이 늘었음을 자신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최근 청주 체육관에는 매 경기 ‘아란아 결혼하자’고 적힌 피켓을 들고 홍아란을 응원하는 한 남성팬이 기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남성팬은 이날도 아이유에게 선물을 안겼다. 매 경기 ‘먹는 아이템’ 위주로 선물을 한다는 것이 홍아란의 전언이다.
여자프로농구를 취재하는 미혼의 남성 기자들 사이에서도 홍아란을 흠모하는 기자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기자는 ‘우리 아이유’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다시피 하고 경기 중 홍아란이 거친 파울이라도 당하면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웃자고 하는 행동이지만 농구팬은 물론 기자들까지 아우르는 홍아란의 폭넓은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가수 아이유의 인기의 비결은 귀엽고 예쁜 외모도 외모지만 뛰어난 가창력과 중견 가수 못지 않은 곡 해석 능력과 풍부한 감성 등 가수로서의 실력이 탄탄하다는 점이다.
농구하는 청주의 아이유 홍아란도 예쁘고 귀여운 외모만으로 어필하는 선수가 아니다. 처음엔 그의 곱상한 외모에 관심을 갖게 되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눈빛이 바뀌고 보는 이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드는 플레이로 한 번 더 감탄을 자아내는 선수가 홍아란이다.
아직까지 여자프로농구에까지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농구팬이라면 이제부터 농구 잘 하는 청주의 아이유 홍아란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