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손세이셔널 해트트릭' 차붐을 넘어서다
‘손세이셔널’한 밤이었다.
독일 바이엘 레버쿠젠의 손흥민이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생애 첫 해트트릭에 도움 1개까지 기록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손흥민은 10일 새벽(한국시간) 홈구장인 레버쿠젠 바이아레나서 열린 친정팀 함부르크와의 분데스리가 12라운드 경기에 팀의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해트트릭(시즌 2, 3, 4호골)과 1도움을 기록 팀의 5-3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손흥민은 이날 전반 9분 페널티 지역 왼쪽 모서리에서 왼발 슈팅으로 첫 골을 기록하며 포문을 열었다.
지난 9월 25일 빌레벨트(2부 리그)와의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컵 2라운드 경기에서 골을 기록한이후 약 1개월 반 만에 기록한 골이며, 분데스리가에서는 지난 8월11일 프라이부르크와의 개막전에서 터뜨린 시즌 1호골 이후 무려 3개월에 나온 골.
어렵사리 발동이 걸린 손흥민의 득점포는 이후 무섭게 골퍼레이드를 이어갔다.
선제골이 터진 지 8분 뒤 손흥민은 후방에서 연결된 스루패스를 받아 함부르크 수비수 두 명을 달고 질풍 같은 드리블로 단숨에 함부르크 골문에 다다랐고, 골키퍼까지 제친 뒤 왼발로 침착하게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의 폭발적인 스피드가 만들어낸 그야말로 ‘슈퍼골’이었다.
전반 17분만에 멀티골을 기록한 손흥민의 득점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손흥민은 양팀이 2-2로 맞선 후반 9분경, 함부르크 문전에서 잡은 공을 침착하게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연결, 함부르크의 오른쪽 골망을 가르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3-2로 리드하고 있던 후반 27분 상대의 패스를 가로채 문전으로 쇄도하는 키슬링에게 연결했고 이를 키슬링이 침착하게 골로 연결, 손흥민은 도움을 기록하게 됐다.
이후 함부르크는 한 골을 만회, 3-4까지 따라붙었지만 후반 44분 레버쿠젠의 카스트로에게 쐐기골을 얻어맞고 무너졌다.
결국 손흥민은 이날 레버쿠젠이 기록한 5골 가운데 4골을 만들어냈다.
경기 직후 손흥민은 당연히 영국 스포츠언론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경기 최우수 선수(Man of the Match)로 선정됐고, 평점도 10점 만점에 10점을 받았다. 독일 <빌트>도 손흥민의 함부르크전 활약에 대해 양팀 최고 평점인 1점을 부여했다.
손흥민의 이날 해트트릭은 한국 축구의 유럽리그 도전사에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날 손흥민의 해트트릭은 한국인 선수로서 유럽 빅리그에서 기록한 첫 해트트릭이다.
1980년대 당시 세계 최고의 리그로 평가 받던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300여 경기에서 98골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각광 받았던 ‘차붐’ 차범근 전 수원삼성 감독도 기록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1978-1979시즌 다름슈타트에서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차 전 감독은 이후 80년대로 접어들어 프랑크푸르트와 레버쿠젠을 거치며 7년간 한 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분데스리가에서 뛴 11시즌 동안 정규리그와 컵대회 경기를 모두 합쳐 멀티골을 넣은 것은 20차례에 달하지만 해트트릭은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함부르크에서 레버쿠젠으로 팀을 옮기면서 손흥민은 "차범근 감독님의 기록을 깨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적어도 해트트릭에 관한 한 이미 자신의 우상이자 롤모델인 ‘차붐’을 넘어선 셈이다.
최근 차 전 감독은 칼럼을 통해 손흥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바 있다. 단순히 선배로서의 애정이 아닌 그 이상의 뭔가가 느껴지는 강하고 진한 애정이었다. 손흥민의 해트트릭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특유의 하회탈 같은 미소가 만면에 가득했을 봤을 차 전 감독의 얼굴이 상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