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스캔들 일단락...과연 정의는 실현됐나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기소 돼 큰 충격을 안겨줬던 강동희 전 프로농구 원주동부 감독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의정부지법 형사9단독 나청 판사는 지난 8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강동희 전 원주동부 감독에 대해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4700만원을 선고했다.
강 전 감독은 지난 2011년 2월 26일과 3월 11일 3월 13일, 3월 19일 등 모두 4경기에서 주전 선수 대신 후보 선수들을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기소된바 있다.
나 판사는 판결문에서 “강 피고인이 지는 경기를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대가를 받고 후보 선수를 출전 시켜 승부를 조작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이로 인해 스포츠의 생명인 공정성을 해치고 경기에 대한 신뢰를 저하 시키는 사회적 손실을 끼쳤다”고 판시했다.
한편 나 판사는 브로커 2명을 통해 강 전 감독에게 돈을 제공하고 승부조작을 제의한 전주 김모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 김씨는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실패한 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강 전 감독을 통해 프로농구 승부조작을 기도한 혐의가 인정됐다.
물론 앞으로 강 전 감독 측이 항소를 통해 재판이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지만 항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미 강 전 감독이 혐의 내용을 상당 부분 시인했고, 그 동안 구속상태로 지내온 기간과 선고가 내려진 형량을 감안할 때 항소의 실익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프로농구 승부조작 파문은 일단락됐다.
강 전 감독이 항소를 포기, 유죄가 확정되면 한국농구연맹(KBL) 차원의 징계도 공식화 될 전망이다.
지난 3월말 구속 기소된 강 전 감독에게 남은 형기는 약 6개월. 이 기간이 지나 강 전 감독이 형기를 마치면 프로농구 승부조작 스캔들은 또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져 갈 것이다. 아니 이미 멀어져 있어 보이기도 한다.
특히,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필리핀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는 시기에 강 전 감독의 선고가 내려짐으로써 사건 당시의 높은 관심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프로농구 사상 초유의 승부조작 스캔들의 장본인 강동희 전 감독과 브로커에 대한 단죄는 끝이 났고, 그 와중에 남자농구대표팀은 국제대회에서 연일 좋은 경기를 펼치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국내 프로농구판에 정의는 실현됐고, 한국 남자농구의 중흥과 인기 부활의 발판은 마련이 된 것인가?
표면적으로만 보면 분명 그래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검찰은 언론에 강 전 감독이 구단으로부터 올해만 1억5000만원 가량을 가불 받은 사실 등을 강 감독의 불법 스포츠 도박 내지 승부조작 가담의 정황 근거로 제시했다.
검찰 측의 발표에 따르자면 강 전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점으로 제시된 2011년 2월 26일부터 3월 19일까지 4경기에 대해 강 전 감독의 입장은 700만원을 받고 한 경기에서 1쿼터 경기내용을 조작했다는 한 가지 사례에 대해서만 어느 정도 혐의를 시인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선고에서 강 전 감독의 혐의는 포괄적으로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추징금 액수에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토록 완강하던 강 전 감독의 입장이 구속 이후 그처럼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었던 이유가 과연 검찰이 제시한 몇 가지 정황증거 때문 만이었을까?
선수들은 전혀 다치지 않은 채 이름값 비싼 지도자 한 명과 브로커를 사법처리 한 결론은 어딘지 ‘거래의 냄새’가 나고, 강 전 감독이 어떤 거대한 부조리를 덮기 위한 하나의 희생양으로 이용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를 바란다. 이런 의심을 갖는 것 자체가 농구계 입장에서는 기분나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범죄사실 입증이 매우 어려운 사안인 탓에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됐던 사안이 너무나 싱겁게 검찰의 완승으로 끝나고, 그에 따른 법원 선고 역시 너무나 쉽고 무난하게 내려지는 모습에 이 같은 의심을 갖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