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스피릿’ 이해 없는 올림픽 축구 병역혜택 규정 ‘유감’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는 축구대표팀이 난데없는 병역혜택 기준 논란에 휩싸였다.
7일 <일간스포츠>는 “브라질과의 4강전을 앞둔 올림픽 대표팀의 분위기를 흔드는 악재가 발생했다.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뿔났다. 천신만고 끝에 4강에 올라 메달의 색깔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에 팀 분위기를 해치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지난 6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림픽대표팀 멤버 중 경기에 나서지 않는 선수도 병역 혜택을 받는다'는 내용의 칼럼이 게재됐다.
이와 관련, 병무청 관계자는 "올림픽 단체 종목의 메달리스트가 병역 혜택을 받으려면 1분이 됐든 1초가 됐든 무조건 경기에 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잘못된 보도를 접한 이후 일부 선수들이 대회 규정과 관련해 큰 혼란을 느끼고 있다. 이에 홍명보 감독도 크게 걱정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홍명보호의 최종 엔트리에는 포함이 됐지만 이번 런던올림픽 무대에서 단 1초라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면 메달을 따더라도 병역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현재 홍명보호에서 이 같은 기준에 따라 병역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선수는 두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남아있는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홍명보 감독으로서는 오로지 병역혜택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출전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을 무턱대고 출전시킬 수는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하나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올림픽 단체 종목의 메달리스트가 병역 혜택을 받으려면 1분이 됐든 1초가 됐든 무조건 경기에 출전해야 한다’는 현행 병역혜택 기준이 과연 타당한 내용인가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같은 규정은 한 마디로 단체 스포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팀 스피릿’을 무시한 그야말로 개념 없는 규정이자 법률로서 철학이 결여된 규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를 떠올려 보자.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조별예선 첫 경기부터 마지막 3-4위전까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신이 의중에 부합하는 선수들만 경기에 내보냈을 뿐 벤치 멤버를 기회 부여 차원에서 그라운드에 내보내는 일은 없었다.
그런 이유로 당시 히딩크 사단에는 엔트리에 포함되고도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선수가 상당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우리 국민들은 당시 히딩크 사단에서 한일월드컵 무대에 단 1분도 뛰지 못했던 선수라고 하여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인정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그들도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동료들과 같은 ‘팀 스피릿’으로 벤치에서 기를 모아주고 격려와 응원을 보냈기 때문이다.
특히 2002 한일월드컵에서의 최상의 성적을 위해 수 많은 시간을 함께 훈련하고 피땀 어린 노력을 기울인 측면에서 보면 경기를 뛴 선수나 벤치를 지킨 선수나 그들의 가치는 다를 것이 없다.
그런 이유로 히딩크 감독도 월드컵 이후 기회가 날 때마다 당시 벤치멤버들의 심적 고통을 이해하며 그들의 팀 스피릿에 경의를 표한다는 뜻을 밝혔던 것이다.
이 같은 단체스포츠의 ‘팀 스피릿’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선수가 실전에 뛰었는지 여부만을 놓고 병역혜택 기준으로 삼은 것은 그야말로 관련 규정을 입안한 사람의 의식 수준을 의심케 하기 충분하다.
지금이라도 시급히 관련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규정대로라면 우리나라 모든 단체 스포츠 국가대표 선수들이 ‘팀 스피릿’은 내팽개친 채 동료를 밀어내고 경기에 출전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서 팀웍이 엉망이 되건 ‘모래알 팀’이라는 비아냥을 듣건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런 팀에서 메달을 기대하기도 어렵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