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金' 김재범, 안티 기독교 악플러들에게 보낸 메시지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81kg급에서 금메달을 획득, 유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김재범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이번 런던올림픽 경기가 있던 날에도 매 경기 전후 간절한 표정으로 기도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4년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독일의 비쇼프를 누르고 금메달 획득이 확정됐던 순간에도 환희에 찬 표정으로 기도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그런 김재범에 대해 ‘안티 기독교 악플러’들이 기승을 부린 모양이다.
김재범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남겼다. ‘안티 기독교 악플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난 너네가 용서받길원해...내가 죄를 지어 봤기 때문에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는지..그리고 죄 지어서 미안해 나 욕하는건 괜찮아..하지만 하나님 욕은 제발 부탁인데 하지 말아줘..나 올림픽 금메달 보다 하나님이 더 중요하거든..나 반성했으니깐 ‘개독’이란 단어 앞으론 쓰지 말아줘 부탁할께”
실제로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김재범이 금메달을 따냈을 때 그에 대한 기사의 댓글란에는 몇 년전 김재범이 연루됐던 무면허음주운전 사건과 김재범의 기도 세리머니를 싸잡아 비난하는 악플러들이 적지 않았다.
악플러들이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대상은 과거 김재범이 저질렀던 잘못된 행동인 것처럼 보이지만 악플의 말미에는 어김없이 ‘개독(기독교를 비하해서 일컫는 단어)’이란 나오는 것을 보면 이들 악플러들이 진짜로 공격하는 대상은 종교임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김재범 이전에도 기독교를 종교로 가진 스포츠 스타들은 악플러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곤 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차범근 당시 감독은 벤치에서 중요한 순간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포착되어 이런 모습을 안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차 감독이 선수들에게 기독교 신자가 될 것을 강요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여자배구 실업팀으로서 기록적인 연승행진을 펼쳤던 호남정유(현 GS칼텍스)팀도 김철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당시 경기전과 경기후 코트에서 선수들이 모여 앉아 함께 열심히 기도를 올려 비기독교 팬들에게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최근 안티 기독교 악플러들의 집중 표적이 됐던 스포츠 선수는 단연 박주영이었다.
박주영은 2005년 프로 데뷔 이후 골을 성공시킬 때마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골 세리머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그래서 박주영이 슬럼프에 빠지게 되거나 최근 불거진 병역기피 논란 등 박주영을 둘러싼 이슈가 발생될 때마다 그가 기독교 신자임을 비아냥거리며 악플을 일삼았다. 박주영의 기독교 성향에 대해 딴지를 건 것은 비단 몰지각한 악플러들만이 아니다.
한 불교단체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박주영에게 기도 골 세리머니를 자제시켜줄 것을 대한축구협회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정치와 스포츠가 엄격히 구분되어야 하듯 스포츠와 종교도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신체적 능력이나 기량 외에 정신적인 강인함과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한 스포츠 분야에서 많은 선수들은 종교를 통해 멘탈 매니지먼트에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스스로 목표했던 목표를 성취한 뒤 자신에게 도움을 준 절대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행위를 문제 삼아 악플을 일삼고 스포츠 선수로서 그들의 노력을 평가절하 하는 것도 모자라 조롱하고 비하하는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하고 멍청한 짓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선수들이 슬럼프에 빠지거나 기대에 못미치는 활약을 했을 때 그의 종교적 성향을 거론하며 이들을 익명성의 뒤에 숨어 악플을 통해 비난하는 일은 그야말로 졸렬하고 비겁한 행동이다.
김재범은 글에서 자신이 과거 잘못을 저질렀음과 그 행동 때문에 힘들었고, 스스로 반성했음을 밝히고 있다. 어쩌면 그 일을 계기로 더욱 더 기독교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더욱 더 강한 의지를 다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악플러들 스스로는 김재범의 과거 잘못을 끄집어 낸 것이 마치 금메달에 가려진 대단한 비밀을 밝혀낸 것 같겠지만 실상 그들의 행동은 비겁한 뒷조사 내지 뒷북치기에 다름 아니다.
정상적인 사람들의 눈에 비친 안티 기독교 악플러들의 모습은 축구장에 출몰하기는 하나 축구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누군가와의 싸음과 소요에만 관심이 있는 훌리건과 다를 게 없다.
아직 런던올림픽 기간이 많이 남아 있다. 올림픽 기간에 보고 싶은 댓글은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에게서 나오는 다양한 스토리에 대한 촌철살인의 재치 있고 재미있는 댓글이지 폭염이 이어지는 날씨 속에 불쾌지수를 더욱 더 높이는 악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