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리버풀 뿌리친 김보경의 믿음직한 '마이 웨이'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의 카디프시티가 마침내 ‘박지성의 후계자’ 김보경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카디프시티는 27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김보경이 우리와 3년 계약을 맺었다는 것을 알리게 되어 기쁘다"고 김보경의 영입 소식을 전했다.
카디프시티 구단은 아직 김보경의 워크퍼밋(취업허가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계약이 종결되지 않은 것과 관련, 김보경이 런던 올림픽 출전을 마친 이후에 모든 것들이 잘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보경은 "카디프시티행은 항상 내가 선호하는 선택 중 하나였다."며 "이 때문에 다른 구단들의 관심에도 카디프시티를 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카디프시티와 김보경의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알려진 바로는 카디프시티는 김보경의 전 소속팀인 세레소 오사카에 이적료 250만 파운드(우리 돈 약 45억 원)를 지불했고, 김보경에게는 연봉 120만 파운드(우리 돈 약 21억 원)를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경의 카디프시티행은 K리그에서 곧바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며 유럽 무대에서의 ‘롱런’의 발판을 굳힌 이청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청용보다는 일본(교토 퍼플상가)-네덜란드(PSV 에인트호벤)를 거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빅리그의 빅클럽에 입성한 박지성의 행로나 한국 K리그(안양LG)- 네덜란드(PSV 에인트호벤)를 거쳐 EPL 토트넘 홋스퍼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이영표의 행로, 그리고 벨기에(앤트워프, 안더레흐트)를 통해 유럽 무대에 발을 디딘 뒤 잉글랜드 챔피언십의 울버햄튼을 거쳐 EPL의 레딩과 풀럼에서 활약한 설기현(인천 유나이티드)이 걸었던 행로와도 닮아 있다.
김보경의 이 같은 행보에 담긴 의도는 분명하다. 팀의 이름값보다는 팀내 비중과 출전기회를 고려해 2-3년 내에 최고의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량과 경험을 쌓겠다는 것.
한 언론에 따르면 김보경은 카디프시티에 안착하기까지 독일 분데스리가와 EPL은 물론 여러 국가의 여러 명문 구단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이를 모두 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보경 에이전트사인 ‘이반스포츠’의 이영중 대표는 27일 축구전문 매체인 <스포탈코리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잘 알려진 대로 계약 성사 전 셀틱FC,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관심을 보였다. 포르투갈 벤피카, 분데스리가 마인츠05, 스위스 잘츠부르크 등도 영입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리버풀 구단 관계자는 직접 전화를 하고 메일을 보내 영입 의사를 전달했다. 첼시 구단주의 측근도 호감을 보였다”고 김보경에게 관심을 보인 구단 중에 리버풀, 첼시도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김보경이 리버풀 또는 첼시로 가지 않은 데 대해 “리버풀과 첼시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관심을 보인 것이지 즉시 전력감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김보경은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는 국가대표팀에 기여하기 위해 경기에 출전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이적하길 원했다. 리버풀 측에는 다음 스텝 때 이적을 고려하겠다고 정중히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부 대표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1년 남짓 머물다 돌아간 사례가 있다.”며 “김보경 본인이 차근차근 단계를 밟길 원했다. 문화, 언어 적응 문제를 생각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영중 대표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김보경은 스스로 빅리그에서 빅리거답게 활약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자신의 현 위치와 선배들의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분수에 맞는 실속있는 선택을 한 셈이다.
사실 카디프시티라는 팀은 그리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 역사도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현재 지닌 전력을 보더라도 언제고 EPL로 치고 올라 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팀이다.
김보경의 노력과 팀 적응도에 따라 김보경이 카디프시티의 EPL 승격에 기여한 뒤 스스로 프리미어리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말이다.
물론 김보경이 2012-2013 시즌을 챔피언십 무대에서 뛰게 된다면 그를 TV 중계로 볼 수 있는 기회는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다. 국가대표 경기를 뛰거나 칼링컵, FA컵 무대가 아니면 김보경의 경기장면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김보경의 발전과 전진은 계속될 것이기에 그를 TV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적다고 하여 그의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하는 팬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제대로 된 빅리거를 향한 김보경의 ‘마이웨이’가 언제쯤 큼지막하고 달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