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애슐리 영의 PK는 크로스바를 강타했을까
지난 25일 있었던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의 유로 2012 8강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아의 세 번째 키커 안드레아 피를로의 파넨카 킥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날 피를로는 페널티킥 위치에 놓여진 공을 향해 도움닫기 후 템포를 줄여 공 빝 부분을 살짝 찍어차는 절묘한 칩킥을 시도했고, 피를로의 발을 떠난 공은 느리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이미 오른쪽으로 몸을 날린 잉글랜드 조 하트 골키퍼를 비웃듯 무인지경의 골문 정중앙에 꽂혔다.
연습 경기에서 장난 삼아 한 번쯤 해 봄직한 이와 같은 슈팅을 이탈리아의 유로 2012 4강 진출의 운명이 걸린 승부차기에서 시도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혀를 내둘렀다. 더군다나 피를로의 이 슈팅이 빗나갔다면 이탈리아는 잉글랜드에 승부차기 스코어에서 1-3으로 격차가 벌어지며 그대로 패배의 벼랑 끝으로 몰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피를로의 킥은 완벽하게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으며 성공됐고, 이 기막힌 ‘파넨카킥’(유로76 결승 승부차기에서 칩킥으로 체코의 우승을 이끈 선수의 이름을 딴 킥)이 이탈리아의 승부차기 역전승의 터닝포인트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는 별로 없어 보인다.
피를로의 이 슈팅이 이탈리아 선수들에게는 ‘우리가 잉글랜드보다 한 수 위’라는 자신감을 갖게 한 반면 잉글랜드 선수들에게는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심어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피를로 역시 경기 후 “유로 대회처럼 큰 무대에서는 오히려 이런 슈팅이 더 성공하기 쉽다. 골키퍼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기다렸다가 찼다”며 “잉글랜드를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피를로의 역발상은 그의 다음 순서로 페널티킥을 찬 잉글랜드의 키커 애슐리 영에게 평생 잊지 못할 재앙을 안겼다.
공을 페널티킥 지점에 놓은 영은 페널티킥을 차기 전 시선을 공에 두었다가 잠시 시선을 위로 들어 골 문을 쳐다본 뒤 곧바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그가 슈팅한 공은 크로스바를 강타한 뒤 허공으로 날아갔다.
도대체 왜? 영은 그렇게 강한 킥을 했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 가능성은 이미 킥을 하기 전 시선으로 자신이 찰 방향을 어느 정도 읽혔다는 생각에 이탈리아의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이 공의 방향을 예측해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차야 되겠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다.
또 한 가지 가능성은 피를로의 절묘한 킥으로 잠시 당황스러운 기분에 휩싸인 팀 분위기를 추스리기 위한 무력시위를 하고자 했을 가능성이다.
즉, 농구에서 상대팀의 기를 죽이기 위해 강력한 덩크를 꽂아 넣는 것과 같이 페널티킥을 아주 강하게 차 골 망을 크게 흔들어 놓음으로써 이탈리아에 넘어가는 심리적인 승기를 다시 잉글랜드 쪽으로 가져와야 엤다는 계산을 영은 했을 수 있다.
하지만 강하게 차려 했던 나머지 정확도가 떨어지며 페널티킥을 실패로 돌아갔고, 전세는 이탈리아 쪽으로 뒤집어 졌으며 결과적으로 잉글랜드는 중요 국제대회에서 자주 당해온 페널티킥 불운에 또 다시 무릎을 꿇게 됐다.
애슐리 영이 시도한 강력한 페널티킥 슈팅의 이유에 대해 상정한 두 가지 가능성 가운데 더 높은 가능성을 가진 쪽은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영이 그와 같은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파넨카킥을 시도한 피를로의 의도가 제대로 적중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