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닝요 귀화 무산...'응가'는 축구협회가 수습은 누가?
논란이 이어지던 에닝요(전북)의 특별귀화 문제가 결국 ‘없던 일’로 결론이 났다.
대한체육회 법제상벌위원회(위원장 반장식·이하 법상위)는 22일 서울 방이동 대한체육회 회의실에서 가진 제20차 회의를 통해 축구협회가 요청한 에닝요 복수국적 획득 추천 재심의 요청을 기각했다.
법상위는 지난 7일 제19차 회의 안건으로 오른 에닝요 복수국적 획득 추천을 논의했으나 한국 문화 적응도와 타 종목 형평성 등을 지적하며 ‘미추천’ 결정을 내렸다.
최종준 체육회 사무총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이 선수 선발 권한을 갖고 있는 점은 인정하나, 복수국적 취득 문제는 전적으로 다른 문제다. 국가대표 선발의 문제 이전에 국적 취득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어와 문화 습득 부분에서 봤을 때 에닝요는 지난 논의와 달라진 점이 거의 없었다"면서 "축구가 가진 종목의 특성상 복수국적 취득을 위한 추천으로 인해 빚어질 파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 사무총장은 "향후 재심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며 "심사 탈락 요건이 현저히 개선이 된다면 연말이든 내년이든 심의는 가능하다. 단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노력한다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 체육회는 에닝요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습득해 다시 복수국적 취득을 위한 추천을 요청한다면 받아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체육회는 에닝요의 특별 귀화 논란을 계기로 차제에 복수국적 취득 문제에 관해 종목 형평성과 국민 정서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 그 자격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최 사무총장은 "복수국적 또는 일반귀화 문제는 K-리그 각 클럽과 축구협회가 선수 수급 문제에 비춰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할 사항이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냈다.
법상위에 참석한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체육회의 결정을 존중한다. 앞으로 A대표팀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는 (귀화)논란을 불식시켜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머지 부분은 에닝요 본인과 전북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본다. 다른 논란보다 월드컵 본선행이라는 대사에 집중하자는 생각"이라면서 당분간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키는 방안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황보 위원장은 또 "감독은 여러가지 옵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에닝요도 그 옵션의 일부였을 뿐이다. (최 감독은) 에닝요가 없는 대로 준비를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육회가 또 다시 에닝요의 특별 귀화 문제에 대해 ‘미추천’ 결정을 내렸고, 앞서 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이번에 체육회에서 에닝요의 특별귀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더 이상 그의 특별귀회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만큼 에닝요의 귀회 논란은 한바탕 헤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번 헤프닝에 관해 가장 큰 책임과 잘못이 있는 곳이 면밀한 내부논의 없이 최강희 감독의 요청만으로 독단적으로 에닝요의 특별귀화를 추진한 대한축구협회에 있음은 더 말 할 필요가 없다.
이에 앞서 보자면 에닝요의 한국어 능력 등 법에 명시된 특별귀화 요건을 좀 더 면밀히 살피지 않고 에닝요의 귀화를 추진하고 이후 고집스럽게 이를 밀어붙인 최 감독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의 기량이 뛰어나고 특히 대표팀에 가세할 경우 전력상승 요인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인으로서 인정받을 만한 최소한의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국적만 한국인으로 인정받는다면 돈으로 선수를 사오다시피 해 국가대표로 내보내는 다른 국가들의 행태와 다를 게 없다.
축구팬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에닝요를 ‘용병’으로 생각하지 않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가진 상황이라야만 에닝요의 귀화는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이번 헤프닝의 뒷수습은 그의 소속팀인 전북이 떠안게 됐다. 물론 전북도 이번 헤프닝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피해를 입었다. 에닝요의 귀화를 추진하는 것이 전북의 외국인선수 보유쿼터를 늘리기 위한 꼼수로 비쳐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발등의 불’은 에닝요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경기력 저하를 막는 일이다.
머리가 아둔하면 손발이 고생이라고 했던가…
수 많은 인재들이 모여 있음에도 아둔한 축구협회 덕분에 참으로 여러 사람이 피곤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