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맥주광고 논란을 둘러싼 오해
‘피겨여제’ 김연아의 맥주광고 출연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인터넷에서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김연아 관련 기사 댓글 공간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김연아의 맥주 광고 출연에 문제가 없다고 옹호하는 누리꾼들은 김연아가 이미 엄연한 성인이고, 성인으로서 자율적인 판단 끝에 출연한 광고이니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과 함께 과거에도 홍명보, 박지성 등 스포츠 스타들도 주류 광고에 출연했고, 다른 유명 연예인들도 경쟁적으로 주류 광고에 출연하고 있는 마당에 김연아의 주류 광고 출연만을 문제삼고 비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행태라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다른 한 편에서는 김연아가 성인이라고 해서 어떤 광고에 출연하든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김연아가 그 동안 쌓아온 건강하고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에 그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스스로 인식하고 출연하는 광고의 대상에 대해서도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한국중독정신의학회에서 발표한 성명은 스포츠계와 연예계 스타들의 주류광고에 관한 논란을 본격화시킨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일단 학회가 김연아를 먼저 문제 삼은 것은 맞다.
학회는 성명에서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김연아 선수가 이제 갓 성인이 되자 마자 맥주광고에 출연하는 것은 자칫 우리 사회, 특히 청소년음주의 허용적인 음주문화를 더더욱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이후 학회는 이번 문제제기가 김연아에 한정된 문제제기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술이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물질로 지정한 건강유해물질이며 세계 선진 각국에서 담배와 주류 등의 광고 및 스포츠 행사 마케팅 등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고 밝힌 학회는 "단순히 김연아 선수 개인의 행동의 옳고 그름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 이번 문제제기가 김연아 개인에 대한 비판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학회는 이어 "국민건강에 대한 최소한의 규범에 무지한 주류회사, 적절한 알코올규제정책필요성에 둔감한 정부, 음주로 인한 문제에 관대한 우리 사회, 모두가 우리나라의 음주실태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스포츠·연예 스타들의 주류광고 출연 및 주류광고의 적절한 규제정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나아가 음주폐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음주 및 기타 중독문제의 적절한 예방, 치료 정책의 수립에 대한 논의로 발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스포토픽>은 이번 학회가 문제제기한 대중스타들의 주류 광고 출연의 폐해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는 연구결과를 소개한 바 있다.
그 내용은 호주 맨체스터 대학교의 캐리 오브리언 박사팀과 웨스턴 시드니 대학교가 공동으로 이들 대학에 다니는 1천28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명 스포츠 스타들의 음주 습관을 자기와 친구들의 음주습관과 비교하는 설문지를 작성하게 하는 등 세계보건기구의 알코올 사용장애 분류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스포츠 스타들이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젊은이들에게 나쁜 음주 습관을 심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보다는 스포츠 스타들이 출연한 술 광고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내용이었다.
연구를 주도했던 오브리엔 박사는 “술에 취해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키는 스타들을 비난하기 전에 스포츠 행정가들과 주류 산업체들이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스타들을 술 산업 마케팅에 동원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독정신의학회에서 스타들의 주류 광고 출연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를 한 것도 이 같은 연구결과에 기인한 것이며, 그 대상은 김연아뿐만이 아닌 주류 광고에 출연하는 모든 대중 인기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물론 이 대목에서 ‘하필이면 왜 김연아를 앞세웠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맞다 김연아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분명 김연아가 1차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김연아에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김연아가 전면에 내세워졌던 것은 결국 김연아라는 광고모델의 파급력이 대상 제품의 종류를 막론하고 가장 크고 강하다는 사실을 나타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연아라는 이름 석자가 들어간 기사에 대중들의 눈과 귀가 쉽게 쏠리는 데 그 근본 원인이 있다는 말이다.
결국 억 단위를 넘어 조 단위에 이르는 경제 유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와 있고, ‘연아노믹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의 사회적-경제적으로 파급력을 지닌 ‘김연아 브랜드’가 건강관련 국제기구에서 건강유해물질로 지정한 술 광고 모델로 나선 것에 대한 우려가 논란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 셈이다.
따라서 이번 김연아 맥주광고 논란은 김연아의 주류광고 출연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닌 청소년의 음주행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대중스타들의 주류광고 출연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관한 토론의 기회였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