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여름 한국 축구 최고의 도우미는 퍼거슨 감독?
올 여름 한국 축구에 있어 최고의 도우미가 될 만한 인물을 미리 꼽아보자면 외국인 가운데서는 아마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꼽아볼 만 해 보인다.
물론 좀 더 세밀하고 꼼꼼하게 찾아보자면 다른 인물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여러 요소 가운데 유명한 정도를 놓고 위에서부터 훑어 내려오다 보면 퍼거슨 감독이 으뜸일 것이라고 감히 짐작해 본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멕시코 출신으로 맨유의 스트라이커로서 2012 런던올림픽 출전이 점쳐졌으나 퍼거슨 감독의 반대로 무산된 치차리토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라이언 긱스의 런던 올림픽 출전 허용 때문이다.
먼저 퍼거슨 감독이 치차리토의 올림픽 출전을 허락하지 않은 사실이 왜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해답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께서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10일 맨유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치차리토는 지난 3년 동안 여름에 A매치 출전하며 제대로 휴식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올 시즌에는 지난 시즌보다 인상적인 활약이 나오지 않았다.”며 “멕시코축구협회에서 휴식을 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다음 시즌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해 치차리토를 런던올림픽에 차출하지 않기로 멕시코축구협회와 합의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치차리토는 2010-2011시즌 칼링컵 포함 20골(45경기)을 쏘며 맨유의 리그 우승에 한 몫을 단단히 했으나 올 시즌에는 12골(32경기)에 그치고 있으며 플레이 내용면에서도 지난 시즌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멕시코 올림픽 대표팀으로서는 지난 시즌보다 못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는 하나 세계 최고의 클럽에서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는 선수를 올림픽 무대에서 활용할 수 없게 됐으니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치차리토가 멕시코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A매치 22골(33경기)을 기록했을 정도로 대표팀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줘 왔다는 점에서 더더욱 진한 아쉬움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반면 런던올림픽 본선 무대 조별예선에서 톱시드 팀인 멕시코를 상대해야 할 홍명보 감독의 한국 대표팀의 입장에서 보면 치차리토의 불참은 낭보 중에 낭보가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퍼거슨 감독이 긱스의 올림픽 출전에 대해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은 2012-2013 시즌 초반 맨유의 경기 일정에서 박지성이 좀 더 많은 출전기회를 얻을 가능성을 키워준다는 면에서 한국의 축구팬들이 기대감을 가질만한 소식이다.
퍼거슨 감독은 11일 <텔레그라프> 등 영국 언론을 통해 "런던올림픽 와일드카드 차출에 협조할 수 있는 선수는 라이언 긱스 뿐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와일드카드 차출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퍼거슨 감독이 긱스를 비롯해 리오 퍼디낸드, 웨인 루니, 폴 스콜스, 조니 에반스 등 와일드카드를 포함한 올림픽 출전 예상 선수 가운데 긱스에 대해서만 올림픽 출전을 허용키로 한데는 이유가 있다. 긱스가 웨일스 대표팀 소속으로 단 한번도 메이저대회 본선에서 뛰지 못한 사정을 고려한 것. 따라서 현역 선수로서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긱스에 대한 스승으로서의 마지막 예우를 해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긱스가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긱스는 지난달 발표된 영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80명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예비명단에 들지 못한 것이 어찌보면 긱스의 차출 가능성을 적게 보고 제외한 것이라면 이후 긱스의 합류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 시즌 그가 맨유에서 보여준 견실한 플레이는 여전히 세계 정상급의 실력이었으며, 올림픽이 영국에서 열리고, 올림픽이 긱스에게 있어 체력적으로 그리 큰 부담을 가질 만한 대회는 아니라는 점에서 발탁 가능성은 충분하다.
만약 긱스가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다면 박지성은 시즌 초반 선발이든 교체든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 긱스가 지난 시즌 했던 역할이 박지성에게 주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올 시즌 막판 맨유가 승점 8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맨체스터시티에게 역전을 허용한 원인이 공수 밸런스 유지에 실패한 점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맨유라는 팀에서 그와 같은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선수는 긱스, 스콜스, 박지성 정도다. 그 가운데 긱스 한 명이 올림픽 출전 여파로 시즌 초반 휴식을 취하는 일이 많아진다면 박지성이 그 자리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치차리토의 런던올림픽 불참은 확정됐고, 긱스의 올림픽 출전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일단 긱스까지 올림픽에 나선다면 한국의 축구팬들에게는 여러 각도에서 기대감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