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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루 쥔 구자철, 거취 결정의 세 가지 조건

JACK LIM 2012. 5. 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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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이 아우구스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뛴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팀 승리를 결정짓는 선제 결승 헤딩골(시즌 5)을 성공시키며 멋지게 시즌을 마무리 했다.

 

구자철은 원소속팀인 볼푸스부르크에서 아우구스부르크로 임대 이적 이후 15경기에서 5골을 터뜨리는 순도 100%의 활약으로 아우구스부르크를 강등위기에서 탈출시켰다.

 

이제 구자철의 손에는 처음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던 그 당시보다 더 크고 묵직한 칼자루가 쥐어졌다.

 

2년전 스위스의 영보이스로 거의 이적이 확정되어가는 시점에 볼푸스부르크로 방향을 급선회 하던 당시 구자철에 손에는 그다지 큰 칼자루가 쥐어져 있지 않았다. 그 칼자루로는 두 가지 선택, 즉 빅리그니 빅클럽이니 뭐 이런 걸 고민할 여유가 없이 그저 좀 더 좋은 리그, 좀 더 좋은 팀을 선택하는데 휘둘러졌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 구자철이 쥐게 된 칼자루는 훨씬 더 휘두를 데가 많은 칼자루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가 꿈꾸는 빅리그, 빅클럽을 향해 칼자루를 휘두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대략 구자철에게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선택적으로는 4-5가지 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원소속팀인 볼푸스부르크에서 다음 시즌을 맞이하거나 아우구스부르크로 완전 이적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볼푸스부르크의 펠릭스 마가트 감독은 부임 이후 구자철을 주로 측면 미드필더로 활용하면서 구자철의 진가를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우구스부르크에서 구자철이 보여준 활약을 통해 분명 구자철을 재발견했을 것이고, 그와 같은 재발견은 마가트 감독으로 하여금 구자철을 팀의 주전 스쿼드에 포함시킨 상태에서 다음 시즌을 계획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마가트 감독이 구자절의 아우구스부르크 완전 이적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나옴과 거의 동시에 구자철을 이적시킬 수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던 대목에서 그와 같은 속내를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구자철이 볼푸스부르크에 계속 남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마가트 감독이라는 지도자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자신만의 세계가 확고하기는 하나 뭔가 예측 불가능한 럭비공과 같은 언행이 많았다는 점에서 구자철이 안정감을 가지고 활약하기에는 부적합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2012 런던올림픽 출전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구자철의 뜻과는 달리 구자철의 올림픽 출전에 반대의 입장을 나타낸 마가트 감독은 이 문제에 관해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는 점도 구자철의 볼푸스부르크 잔류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그렇다고 아우구스부르크 완전 이적 가능성도 높은 편은 아니다. 이미 구자철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정상급으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의 클래스에 있는 선수임을 입증한 마당에 같은 분데스리가팀이라도 구자철로서는 좀 더 높은 클래스에서 제안이 들어온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 시즌 후반기 구자철을 임대 영입하는 등 적절한 용병술과 상대팀에 따라 적절한 맞춤형전술을 구사, 후반기 아우구스부르크의 돌풍을 이끌며 팀을 분데스리가에 잔류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후루카이 감독이 팀을 떠난다는 보도가 나온 점도 구자철의 완전 이적 가능성을 끌어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묵직할 칼자루를 손에 쥔 구자철이 다가오는 이적시즌에 어느 곳에 자신의 칼자루를 휘둘러야 제대로 휘둘렀다고 소문이 날 수 있을까?

 

구자철이 거취를 결정짓는 팀은 일단 세 가지 전제 정도는 충족할 수 있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첫 째가 주전 자리 확보 내지 충분한 출전시간 보장, 두 번째가 구자철의 국가대표(올림픽, 월드컵 예선) 차출에 대한 유연한 입장,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유럽 클럽대항전 무대에 나설 수 있는 클래스에 있는 전력이 그것이다.

 

이 같은 전제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구단을 물색함에 있어 일단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독일 분데스리가 정상급 팀에 이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구자철에게 바이엘 레버쿠젠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같은 독일의 강팀들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구자철이 레버쿠젠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차붐차범근의 후배가 되는 것이고 도르트문트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이영표의 후배가 되는 셈이다.

 

이들 두 팀은 다음 시즌 각각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에서 활약하게 된 팀으로 구자철이 실제로 이적만 할 수 있다면 잉글랜드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 빅리그로 이적하는 것 부럽지 않은 수준의 선택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현재 구자철에게는 유럽의 많은 팀들로부터 러브콜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자철 스스로도 많은 팀들이 관심을 보내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가운데 빅리그의 구단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란 사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구자철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블랙번 로버스 입단을 추진했고, 실제로 입단테스트를 받았던 일도 그와 같은 추측을 뒷받침해 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전제가 충족되는 팀이 아니라면 구자철이 축구의 본고장 유럽에서 축구선수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데 한계가 있는 선택일 수 밖에 없다.

 

구자철에게 올 여름은 유럽에서의 롱런의 발판을 마련하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가 현재 손에 쥐고 있는 칼자루를 제대로 휘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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