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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질식수비’ 논란을 둘러싼 의미있는 분위기 변화

JACK LIM 2012. 4. 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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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부산아이파크의 질식수비에 대한 논란이 K리그 그라운드를 달구고 있는 가운데 부산의 이 같은 수비전술을 하나의 전술로서 존중하고 이를 극복하는데 다른 팀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부산은 '질식수비'를 앞세워 지난 14닥공(닥치고 공격)' 전북현대전에서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귀중한 승점 1점을 얻은 것을 포함해 최근 4경기에서 성남일화, FC서울,  등을 상대로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22무를 기록, 승점 8점을 챙겼다.

 

부산의 4경기 연속 무실점은 올 시즌 최다 경기 무실점 기록이다.

 

개막 후 4경기에서 승점 2점밖에 올리지 못한 부산은 최근 4경기 연속 무패 행진 덕분에 8라운드 종료 현재 242(승점10) 9위를 기록 중이다. 이렇다 할 스타 플레이어 없는 팀으로 최하위권을 맴돌 것이라던 당초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고 있다.

 

부산의 축구팬들은 이게 웬일이냐며 들떴지만 부산에게 질식 당한 팀의 서포터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일각에서는 부산의 이와 같은 강력한 수비축구가 K리그의 재미를 반감시켜 K리그의 흥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특히 작년 전북이 닥공축구를 앞세워 K리그를 제패하는 것으로 본 다른 K리그 팀들이 너도나도 공격축구를 표방하며 화끈한 골 퍼레이드를 약속한 마당에 부산이 이 같은 수비위주의 전술로 K리그의 경기당 평균 득점을 깎아 먹는 일을 버리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는 의견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같은 부산의 질식수비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대해 안익수 부산 감독은 "16개 구단의 전술이 모두 같을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는 것"이라며 "팀 사정에 대해 폄하하는 발언은 안 된다. 6개월간의 선수들의 노고가 들어있는 것이다. 그렇게 폄하하는 발언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근 공수에 걸친 맹활약으로 부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임상협도 "우리의 수비 조직력이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매일 올라갔다 내려서는 수비 훈련을 한다. 결코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부산의 수비축구가 눈물겨운 노력에 산물임을 강조했다.

 

부산과 함께 K리그에서 동업을 하고 있는 다른 팀들의 동업자들도 부산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박경훈 감독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부터 강등제가 시행된다. 부담이 된다. 그러다 보니 승률을 높이기 위해 지는 것보다 비기려고 한다. 어떤 감독도 이와 같이 생각할 수 있다. 성적이 좋지 않고 연패를 하면 최우선적으로 수비를 안정시키고 공격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계속 실점을 하는데 후방을 허술히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강팀을 만나면 수비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의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팀을 보면 알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마저 수비적으로 나온다. 어떤 팀들은 8명의 선수가 수비진을 이룬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또 "강팀이라면 상대가 아무리 수비적으로 나선다고 하더라도 공격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상대의 좁은 공간에서도 헤쳐나와야 진정한 강팀이다. 전력이 약해서 내려서는 팀을 상대로도 득점을 해야 강팀이라며 "안익수 감독의 부산은 수비를 하면서도 승리와 무승부를 거두고 있다. 확실한 축구 철학이 있다고 생각한다. 골을 내주지 않고 철저한 역습을 펼치고 있다. 또한 역습에 나서도 무작정하지 않고 있다"며 부산을 감쌌다.

 

황선홍 포항 감독도 "극단적인 수비라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하나의 전술이지 않나. 좋은 팀과 강팀들이 냉정하게 나서서 수비진을 부숴야 한다. 수비적이라고 해서 '좋은 축구다. 나쁜 축구다'고 판단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우리도 지난해 상대의 수비적인 모습에 무승부가 많아 1위에서 멀어졌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속도감을 높이면서 변화를 꾀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까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봐왔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이 4강 신화를 썼던 2002 한일월드컵이나 사상 첫 원정월드컵 16강을 이뤄냈던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도 한국의 기본적인 전술을 공격 위주의 전술보다는 수비위주의 전술이었다.

 

월드컵 무대에서 상대한 대부분의 팀들이 한국보다는 한 수 이상 위에 있는 팀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는 한국에게 상대로 5골을 융단폭격했고, 독일,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스페인, 멕시코 등 많은 팀들이 한국의 수비축구를 뚫고 한국 골문에 3골 이상을 꽂아 넣었다.


반면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예선 2차전에서 한국은 프랑스와 1-1로 비겼다. 당시 국내외 언론은 한 목소리로 동점골을 넣은 박지성과 동점골을 어시스트한 설기현과 조재진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지만 상당수 기자들은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폈던 한국 대표팀을 비아냥거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시 경기에서 바보가 된 팀은 호화 멤버를 총동원하고도 한국을 상대로 한 골 밖에 넣지 못한 프랑스였지 경기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내 동점골을 성공시킨 한국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결국 클래스의 차이였던 셈이다. 만약 올 시즌 K리그 우승후보라고 자처하는 팀이 있다면 부산의 골문에 골을 넣고 스스로 부산보다 한 차원 높은 클래스에 있는 팀임을 입증해야 한다. 박경훈 감독이나 황선홍 감독의 입장이 이와 다르지 않다.

 

어쨌든 부산의 질식수비에 대한 동업자들의 이 같은 존중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K리그에서 골이 많이 나오지 않으면 일단 수비전술을 펼치는 팀들을 비판하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했던 과거 K리그와는 달리 이제는 수비축구를 상대적 약팀이 생존하기 위한 하나의 전술로 인식하고 존중하는 의식이 K리그 구성원들 사이에서 정착하고 있는 셈이다.

 

감독들의 면면으로 볼 때 한층 젊어진 K리그의 모습만큼이나 신선한 변화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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