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시즌 최후의 격전장은 '맨체스터 더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년 연속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예약한 상황인 가운데 몸 상태에 별다른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 넘게 ‘개점휴업’ 상태인 박지성에 대해 언론들의 의구심 어린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박지성은 지난 8일 밤(한국시간)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퀸즈파크 레인저스와의 EPL 32라운드 경기에 교체선수 명단에 까지는 이름을 올렸으나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박지성이 그렇게 벤치를 지키는 사이 라이언 긱스와 필 존스, 톰 클레버리가 교체 투입되어 맨유의 2-0 승리에 기였다.
이로써 박지성은 지난달 4일 토트넘 홋스퍼와의 경기에서 교체 투입된 뒤 EPL에서 한 달 넘게 결장했다. 같은 달 9일과 16일 유로파리그 16강 두 경기에만 출전했을 뿐이다.
영국 현지 언론이나 국내 언론들 상당수는 이렇듯 박지성의 결장이 이어지고 있는데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와 같은 다양한 해석들 가운데서도 눈길이 가는 해석은 박지성이 EPL 경기보다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 리그 등 유럽 클럽대항전에 주로 기용되어 왔는데, 맨유가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서 모두 탈락하는 수모를 겪은 데 대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에게 일정 부분 문책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현재 맨유의 리그 우승을 위해 중용되고 있는 선수들도 그와 같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그다지 큰 설득력을 갖는 해석은 아니어 보인다.
그렇다면 긱스나 폴 스콜스와 같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은 퍼거슨 감독에 의해 중용되고 있는 반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박지성에 대한 외면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에 대한 답은 최근 이어진 맨유의 행보를 곱씹어 본다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맨유가 지난 EPL을 32라운드 퀸즈파크전에서 2-0 승리를 거두고 2위 맨체스터시티와의 승점차를 8점차로 벌려놓기 까지 맨유는 8연승을 이어왔다. 맨유가 8연승을 하는 사이 맨시티는 두 차례의 패배와 두 차례의 무승부를 기록했다. 맨유가 승점 24점을 따내는 동안 맨시티는 승점 10점을 까먹은 셈이다.
퍼거슨 감독으로서는 좀 더 공격지향적인 스쿼드 구성이 필요했고,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 위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빠른 시간 안에 선취골을 뽑아낼 수 있다면 경기를 한결 여유있게 이끌 수 있고, 승점관리에도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선택이다.
그 과정에서 노련하면서 정확한 왼발을 가진 긱스는 경기가 질 풀리지 않을 때 새로운 득점 루트를 뚫어 내기 위한 교체 요원으로 큰 역할을 해냈고, 스콜스는 중앙 미드필더 선발요원으로서 경기를 조율하고 기회가 날 때 마다 그만의 전매특허인 대포알 같은 중거리포로 상대 문전을 위협했다. 지난 퀸즈파크전에서 스콜스의 중거리포가 쐐기골로 연결되는 장면은 왜 퍼거슨 감독이 스콜스를 중용하는지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에 비한다면 박지성은 그 동안 맨유가 경기 초반 수비를 강화하는 신중한 경기운영을 펼칠 때 중용되어온 선수로서 최근 맨유가 펼쳐온 경기의 성격을 감안할 때 전술적으로 긱스나 스콜스에 비해 퍼거슨 감독의 선택을 받기에 불리한 상황이었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난 뒤 맨유는 다음 시즌을 위한 전력보강 작업에 들어갈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박지성의 거취에 관한 이런저런 루머나 나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상컨대 실제로 박지성의 거취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많지 않다.
퍼거슨 감독의 박지성에 대한 신뢰가 긱스나 스콜스와 비교해도 그리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맨유의 경기에서 박지성에게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 출전 선수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팀이 어려운 상황이 되면 퍼거슨 감독이 ‘소방수’로 투입할 ‘믿을맨’이 바로 박지성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현재 박지성의 결장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박지성에게는 다음 시즌 맹활약을 기약할 수 있는 그야말로 꿀맛 같은 휴식이 될 수 있다. 맨유의 리그 2연패가 유력한 현재의 상황에서라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이번 시즌 맨유에게 남은 EPL 경기는 총 6경기. 그 가운데서 다음달 1일 열리는 ‘맨체스터 더비’는 박지성이 왜 퍼거슨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는 맨유의 핵심인지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일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맨유는 작년 10월 23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이번 시즌 첫 ‘맨체스터 더비’(EPL 9라운드)에서 박지성이 결장한 가운데 맨시티에 1-6 참패를 당했다. 당시 ‘데일리 메일’은 “맨유는 맨시티를 너무 과소평가 한 것 같다. 맨유의 어느 누구도 경기 조율에 실패했다”며 “활발한 움직임으로 팀을 위해 수비를 펼치는 박지성을 기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지적, 박지성의 결장을 패인으로 꼽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맨유는 전반 22분만에 선제골을 내주고 당황한 나머지 팀 밸런스가 무너지며 대패했다. 경기 초반 박지성이 능력을 발휘했다면 선제 실점 이후에도 정상적인 펼칠 수 있었다. 퍼거슨 감독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박지성의 2011-2012 시즌 최후의 격전장은 시즌 두 번째 EPL ‘맨체스터 더비’가 열리는 이티하드 스타디움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