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인간' 발로텔리, 그가 퍼거슨의 제자였다면?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의 ‘문제적 인간’ 마리오 발로텔리(맨체스터시티)에 대한 로베르토 만시니 감독의 인내심이 마침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발로텔리는 9일(한국시간) 아스날과의 2011-2012 시즌 EPL 32라운드 경기에서 이해하기 힘든 폭력적인 플레이로 시즌 세 번째 퇴장을 당했다. 발로텔리는 최소한 3경기 이상 출장 정지 징계를 받게 될 전망이다.
맨시티는 이날 아스널에게 0-1로 패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EPL 우승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사실상 잃어버렸다.
만치니 감독은 이날 경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로텔리를 팔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발로텔리를 인간적으로, 또 선수로도 좋아한다.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환상적인 선수"라면서도 "하지만 그 재능과 기량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만시니 감독은 발로텔리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발로텔리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으면 변해야 한다. 발로텔리처럼 재능이 환상적이고 거만한 선수들을 많이 봤다. 재능을 낭비하면 2~3년 안에 끝장이 난다. 발로텔리도 그 길로 가고 있다."는 말로 발로텔리의 뛰어난 재능이 비뚤어진 성품 때문에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 하지 못하고 선수생활을 접을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이어 "남은 6경기에서 그는 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발로텔리를 남은 리그 경기에서 제외할 뜻을 분명히 했다. 최소한 3~4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게 되는데다 징계가 풀려 전력에 재합류 한다고 해도 그를 다시 팀 전력에 포함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발로텔리와 맨시티의 결별은 기정사실이 됐다. 더 나아가 발로텔리는 EPL에 머물 가능성 자체도 낮아졌다.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은 같은 날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발로텔리는 많은 상황에서 과격했다. 좀 더 침착해져야 될 필요가 있었지만 결국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았다"며 "(내가 맨시티 감독이었다면) 어찌했을지 잘 모르겠다. 내가 신경 쓸 일도 아니고 만치니 감독의 일에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고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했지만 "만약 심판이 텔레비전 하이라이트를 본다면 레드카드를 줬어야 마땅했다. 매우 나쁜 태클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발로텔리의 과격하고 폭력적이고 비신사적인 태도를 다른 EPL 구단 감독들이 봤다면 그를 영입할 마음을 가졌던 감독이라도 이내 마음을 접었을 가능성이 높다.
단 한 사람만 제외하고 말이다. 바로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다.
만약 발로텔리가 맨시티가 아닌 맨유의 유니폼을 입었다면 지금쯤 발로텔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맨유에서 이탈리아 출신의 선수가 팀의 ‘레전드’로 추앙 받으며 크게 성공한 예를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만약 발로텔리가 맨유의 유니폼을 입었다면 적어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아닐 가능성이 높다.
물론 만시니 감독도 인터밀란의 사령탑으로서 이런저런 우승컵을 7개나 들어올렸을 만큼 경험이풍부한 감독이기는 하나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하나의 팀에 녹아 들게 만드는 능력에 관한 한 퍼거슨 감독이 능력과 관록 면에서 두 수 내지 세 수 이상 위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라운드에서 그야말로 거침없는 욕설과 과격한 액션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매 경기 조마조마 한 기분을 들게 했던 ‘악동’ 이미지의 웨인 루니 같은 선수가 맨유에서 롱런하고 있는 모습만 보더라도 퍼거슨 감독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퍼거슨 감독이 맨유의 승리와 우승을 위해 발로텔리가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는 판단을 내렸다면 그는 주위의 만류가 있더라도 기필코 발로텔리를 영입하려 했을 것이다. 맨유의 승리를 위해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라면 지옥에라도 쫓아갈 수 있는 인물이 퍼거슨 감독이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선덜랜드와의 EPL 31라운드 경기에서 후반전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 팀이 1-3으로 끌려가면서 패색이 짙은 순간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추격골을 꽂아 넣으며 결국 경기를 무승부로 마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발로텔리의 모습은 퍼거슨 감독이 탐을 낼 만한 모습이었다.
그 전에 프리킥을 차는 문제를 놓고 팀 동료와 옥신각신 하는 모습을 보인 것쯤은 발로텔리의 특별한 재능을 감안 할 때 퍼거슨 감독이었다면 충분히 용인 가능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발로텔리라는 선수를 길들이는데 있어 만시니 감독에게는 적어도 퍼거슨 감독과 같은 성능의 헤어 드라이어를 돌릴 능력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고집스럽고 욕심 많은 늙은 스코틀랜드인으로 보이는 외모에 성격마저 다혈질인 퍼거슨 감독에 비해 만시니 감독은 영화배우 뺨치는 세련된 외모에 경기 중 선수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마저도 멋스러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만시니 감독의 인내심을 바닥낸 발로텔리. 그에게는 만시니 감독과 같은 덕장 내지 지장 보다는 퍼거슨 감독과 같은 용장이 그로 하여금 좀 더 성숙한 선수로 커 가는데 더 적합한 지도자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