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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태용호의 위기와 하인리히의 법칙
    카테고리 없음 2017. 10. 22.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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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훈 스포츠 칼럼니스트] 영국 유력 일간지가디언은 최근 러시아 월드컵 진출을 확정 지은 23개팀의 파워 랭킹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한국은 꼴찌에서 두 번째인 22위에 그쳤다. 월드컵에 처음 나서는 파나마가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유일한 팀이다.


    가디언은 한국 대표팀에 대해 "최근 러시아에 2-4, 모로코에 1-3으로 패배하는 등 지난 3월 이후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에서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지난 3 28일 시리아와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3 3패로 승리가 없다. 지난 7월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에도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한 러시아월드컵 예선에서 2, 러시아,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2패에 그치고 있다.


    가디언은 "신태용 감독이 부임했지만 팬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일부 팬들은 거스 히딩크 전 2002년 월드컵 감독의 부임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보도가 있을 후로부터 얼마 뒤 발표된 FIFA 랭킹에서 한국의 축구 팬들은 다른 일은 다 일어나도 결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던 일에 직면했다.


    그 소식은 바로 한국이 중국에 FIFA 랭킹에서 밀렸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16 FIFA가 발표한 10월 랭킹에서 한국은 랭킹 포인트 588점으로 6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랭킹 포인트 659점으로 51위였던 한국은 러시아와 모로코에 연패를 당하면서 포인트가 71점이나 폭락, 랭킹이 11계단 떨어졌다.


    62위라는 랭킹은 1993 FIFA 랭킹이 도입된 이후 최악의 랭킹에 가깝다. 한국의 역대 최저 랭킹은 2014년에 기록한 69.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 사이에서 한국의 위치는 5위다. 이란(34), 호주(43), 일본(44)에 뒤진 것은 뭐 그렇다 치더라도 역대 전적에서 2 12 18패로 역대 전적에서 절대 우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월드컵 본선 티켓도 얻지 못한 중국(57)에도 뒤진 것은 팬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다. FIFA 랭킹이 도입된 이후 한국이 중국에 랭킹에서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범위를 넓혀 현재까지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23개 국가 가운데 한국보다 랭킹이 낮은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63)와 개최국 러시아(65)뿐이다. 앞서 언급한 가디언이 파워랭킹에서 한국보다 낮은 순위에 놓은 파나마조차 한국보다 13계단 위에 위치해 있다.


    예선이 진행 중인 대륙(아프리카)의 각 조 1위나 플레이오프를 앞둔 유럽,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아시아나 남미, 오세아니아 등의 국가들을 살펴봐도 현재 한국보다 랭킹이 낮은 국가는 온두라스(69)와 뉴질랜드(122)뿐이다.


    여차하면 러시아 본선 진출국 32개국이 모두 정해졌을 때 한국이 최저 랭킹 국가가 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경질 이후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대표팀을 이끌고 이끈 4경기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경기력은 최근 20-30년 사이에 결코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무기력하다는 점이다.


    신임 신태용 감독이 팬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은, 그리고 히딩크 의 복귀 문제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는 상황은 어찌 보면 신태용호가 보여준 지난 4경기에서의 부진 때문이라기 보다는 신태용호가 팬들에게 실낱 같은 희망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더 크다.


    신태용호의 4경기를 지켜본 팬들의 생각은 도대체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한 이유가 뭐냐’, ‘슈틸리케와 신태용이 다른 것이 뭐냐라는 의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팬들과 언론은 한국 축구가 또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은 현재의 상황이 성인 남자 국가대표팀의 위기라는 점이다.


    만약 신태용 감독이 부임한 이후 한국 대표팀이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모로코나 러시아를 상대로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도의 경기를 펼쳤다면 한국 축구 위기론이 이렇게 팽배해 졌을까?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올린 이후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단행했고, 그 이후 그저 그런 수준의 팀들을 상대로 연전 연승을 거두면서 한국 대표팀을 패배를 모르는 팀인 것처럼 이끌던 시절 과연 한국 축구는 괜찮았을까? 그 때와 현재의 신태용호를 비교했을 때 그 시절 슈틸리케호가 더 낫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결코 그렇지 않다.


    이미 일각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의 편중된 대표선수 선발에 대해 지적하고 있었고, 대표팀의 경기력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물론 언론 어디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박지성이 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표팀이 동메달을 따냈을 때 한국 축구는 황금기였고, 홍명보호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을 때 한국 축구는 위기였다. 이후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이후 1-2년은 한국 축구는 잘 나갔고, 최근에는 또 위기다.


    이렇게 한국 남자 성인 대표팀의 축구는 감독이 교체되거나 특정 대회가 끝난 이후 1-2년 단위로 위기와 황금기를 오간다.


    적어도 언론과 축구협회를 비롯한 축구계 분위기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팬들이 느끼는 한국 축구, 정확히 성인 남자 축구 대표팀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성과를 정점으로 현재까지 끊임 없는 퇴보를 이어왔다.


    이 시점에서 자꾸 하인리히의 법칙’(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법칙)의 개념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위기는 한 순간에 오는 것이 아니다. 한국 축구가 처한 오늘의 현실은 과거 여러 현상을 통해 충분히 예고가 된 것이라 봐야 한다.


    히딩크 감독 이후 축구협회가 여론에 휘둘려서, 또는 협회 내부 파워게임 또는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 때문에 지도자들을 수시로 갈아 치우고, 기술위원회 운영이니 대표선수 선발 과정에서 이런저런 부조리를 저질러 왔던 지난 시간이 결국 월드컵 9회 연속 진출, 통신 10회 진출이라는 전세계적으로도 자랑스러운 성과를 올리고도 고개를 숙여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온 셈이다.


    오늘날 신태용 감독이 직면해 있는 위기는 신태용 감독이나 현 축구협회 집행부만의 책임이 아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에 도취된 채 지난 세월 장기적인 플랜과 충실한 실행을 외면했던 축구계와 대표팀 성적에 따라 침묵의 카르텔을 일삼은 언론에 근원적인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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