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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예프의 기적’ 이룬 한국 아이스하키, 평창의 축제를 즐겨라
    카테고리 없음 2017. 4. 2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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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훈 스포츠칼럼니스트] 한국 아이스하키가 세계 1부 리그인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했다. ‘키예프의 기적이라 할 만한 한국 아시아하키 사상 초유의 위업이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9일 새벽(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열린 홈팀 우크라이나와의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디비전1 그룹A(2부 리그) 최종전에서 마지막 승부를 가리는 슛아웃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끝에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3 1연장승 1패 승점 11점을 기록, 승점에서 카자흐스탄과 동률을 이뤘지만 승자승 원칙에 따라 카자흐스탄을 제치고 내년 덴마크에서 열리는 세계 16강이 겨루는 1부 리그 격인 월드 챔피언십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은 세계랭킹 23위로 카자흐스탄(16), 오스트리아(17), 헝가리, 폴란드(20), 우크라이나(22) 이번 대회에 출전한 6개팀들 가운데 세계랭킹이 가장 낮은 팀이었다. 다른 5개 팀과 상대 전적에서도 절대적인 열세였다.


    특히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 태극 유니폼을 입힌 귀화 선수들 가운데 주축 공격수인 라던스키와 테스트위드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공격수 가운데는 스위프트 한 명만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상황상 월드챔피언십 승격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고디비전잔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아이스하키 리그인 북미아이스하키(NHL)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백지선 감독박용수 코치를 비롯한 우리 대표팀의 시선은 이미 월드 챔피언십에 가 있었던 모양이다.

     

    1회전부터 폴란드를 격파한 대표팀은 2회전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이번 대회최상위 랭킹팀인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3피리어드에 거짓말 같은 뒤집기쇼를 펼치며 5-2 승리를 거두더니 3회전에서도 헝가리를 상대로 다시 한 번 역전극을 연출, 3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에 나섰다.

     

    이로써 한국은 남은 오스트리아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승점 2점 이상을 추가하면 2위를 확보월드챔피언십 진출을 이룰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말이 쉽지 두 팀 모두 한국보다 랭킹이나 경험 면에서 우위에 있는 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경기에서 승점 2점 이상을 얻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로 4차전에서 오스트리아에 0-5 완패를 당하면서 한국은 마지막 우크라이나전에서 최소한 슛아웃 승리로 반드시 승점 2점을 추가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금방이라도 이뤄낼 것 같았던 월드 챔피언십 진출의 꿈이 순식간에 물거품으로 바뀔 수 있는 위기였다특히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와 최종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은 우리 대표팀에 상당히 불리한 요소였다.

     

    우크라이나가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 맞붙기 전 4연패를 당했지만 한국이 그 동안 여러 대회에서 유독 우크라이나에 약한 모습을 보여 왔음을 감안하면 대회 추최국 홈팀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배수의 진을 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승점을 얻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와의 최종전에서 2피리어드 초반 선제골을 성공시켜 앞서가다 2피리어드 막판 이번 대회에서 신들린 듯한 선방으로 한국의 돌풍을 이끌어온 골리 맷 달튼이 치명적인 실수로 동점골을 허용하는 대목에서는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

     

    정규 3피리어드 경기가 1-1로 끝나고연장전에서도 기려지지 못한 승부는 축구의 승부차기와도 같은 슛아웃으로 돌입했다한국은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했다가장 먼저 슛아웃에 나선 한국의 스위프트가 멋진 골을 성공시켰고골리 맷 달튼은 두 명의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슛을 모두 막아냈다.

     

    슛아웃에서 1-0으로 앞선 상황양팀에 남은 선수는 단 한 명씩이었다한국의 마지막 공격은 신상훈이 맡았다신상훈의 공격이 골로 연결되면 한국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차분하게 우크라이나 골리를 향해 퍽을 몰고 가던 신상훈은 한 차례 모션으로 골리를 속인 뒤 과감한 슈팅으로 퍽을 골문 상단 구석에 꽂았다.


     

     

    한국의 월드챔피언십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경기를 중계하던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는 여러분 이 상황이 믿어지십니까?”라는 멘트를 던지고 있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불과 수 년 전까지 세계 아이스하키계에서 그 존재조차 희미했던 한국 아이스하키가 안방도 아니고 유럽 땅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상위 랭킹 팀들을 연파하고 세계 최고의 아이스하키 강국 16개국이 겨루는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했다는 사실은 한국은 물론 세계 아이스하키계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일대 사건이다.

     

    한국 축구가 1954년 스위스월드컵 진출 이후 다시 월드컵 무대를 밟은 것은 그로부터 32년 만이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였다. 하지만 한국 아이스하키에게 월드 챔피언십은 꿈도 꾸기 어려운 무대였던 것이 사실이다.

     

    다른 어떤 종목보다 국가별 수준차가 큰 아이스하키는 세계선수권도 6개의 디비전으로 나뉘어 치러진다. 매년 열리는 월드챔피언십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두 팀은 이듬해부터 2부 리그로 강등되고, 2부 리그 1,2위 팀이 월드챔피언십으로 승격된다. 3부 리그부터는 우승 팀만 승격, 꼴찌 팀만 강등된다.

     

    문제는 국가별 팀들의 수준차가 고착화 되어 있어서 하부 리그에서 상부 리그로 승격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은 2년 전만 하더라도 3부 리그에 속해 있었다. 그런데 2년 만에 월드 챔피언십 진출을 이뤄냈다. 3부 리그 팀이 2년 만에 월드챔피언십에 진출한 경우는 아이스하키 100년 역사를 통틀어 처음이라고 한다.

     

    이제 한국 아이스하키는 평창으로 간다.

     

    개최국 자동 출전권이 주어져 있었기 때문에 한국 대표팀의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은 결정되어 이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 아이스하키는 이번 월드 챔피언십 진출로 평창 동계올림픽 무대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동계올림픽 최고의 인기 종목 아이스하키를 평창에서 남의 집 잔치가 아닌 우리 집 잔치로 만들 수 있는 위치에 한국 아이스하키가 서 있을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얼마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티켓을 사서 직접 보고 싶은 종목이 어떤 종목인지를 묻는 설문에서 피겨 스케이팅이 1위를 차지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다. 지금 당장 같은 설문조사를 진행한다면 아이스하키도 꽤 높은 순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키예프의 기적을 일궈낸 백지선호의 선수들이 평창 무대에서 성적을 떠나 아이스하키 선수로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들이 즐긴다면 관중석의 팬들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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