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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KBL] ‘보상선수’ 김단비 통해 새삼 부각되는 FA 제도의 맹점
    카테고리 없음 2017. 4. 27.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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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훈 스포츠칼럼니스트] 부천 KEB하나은행이 자유계약선수(FA)로 아산 우리은행의 유니폼을 입은 김정은에 대한 보상선수로 받을 우리은행의 선수로 포워드 김단비를 지명했다. 이번 보상선수 지명으로 김단비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팀을 옮기게 됐다.

     

    청주여고를 졸업하고 광주대 재학 중 우리은행에 수련 선수로 입단, 2011-2012시즌부터 프로선수로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김단비는 데뷔 시즌 단 1경기 출장에 그쳤으나 이후 매 시즌 출전 경기수와 출전 시간을 늘려갔다.

     

    2015-2016시즌부터 팀의 확실한 식스맨으로 자리매김 한 김단비는 지난해에는 팀의 식스맨으로서 전 경기에 출전하며 공수에 걸친 성실한 플레이로 우리은행의 통합 5연패 달성에 크게 기여했다.

     

    김단비의 2016-2017시즌 정규리그 기록은 35경기 출전에 경기당 평균 17 17초를 뛰며 평균 3.4 2.2리바운드였다.

     

    김단비의 보상선수 지명은 선수 본인에게는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일 수 있지만 이미 언론에서는 그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었다.

     

    김정은을 우리은행으로 보낸 KEB하나은행은 우리은행으로부터 현금 또는 선수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선수 부족에 시달리는 팀의 사정상 현금보다는 보상선수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KEB하나은행이 보상선수를 지명할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었는데 이 때 중요한 것은 김정은의 지난 시즌까지 팀 공헌도.

     

    우리은행의 경우 김정은이 최근 2년간 부상 여파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한 관계로 공헌도(2015-2016시즌 30, 2016-2017 시즌 35)가 낮아 영입 선수인 김정은을 포함해 최대 5명까지 보호 선수(김정은 포함)로 지정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과 언론은 우리은행이 일단 영입 선수 김정은과 맏언니임영희, ‘에이스박혜진은 무조건 5명의 보호 선수 명단에 넣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다 이승아의 임의탈퇴로 지난 시즌 박혜진과 함께 팀의 리딩을 맡은 이은혜도 보호 선수 명단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남은 한 자리였다.

     

    양지희의 은퇴로 우리은행은 4(파워포워드) 포지션에 큰 공백이 생긴 상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나머지 한 자리를 차지한 보호 선수는 양지희의 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는 김단비, 최은실, 이선화 가운데 한 명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좀 더 범위를 좁히자면 이선화보다는 김단비와 최은실 가운데 한 명이 보호선수 명단에 들고 나머지 한 명은 제외되는 상황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선화의 경우 임의탈퇴로 코트를 떠났다가 우리은행에 재합류 한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코트를 떠나기 전 몸 상태와 기량을 회복하는 데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선수라는 점에서 5명의 보호선수 명단에는 들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으로부터 보상선수를 데려와야 하는 입장은 KEB하나은행은 김이슬, 강이슬, 김지영, 신지현 등 가드진은 풍부하지만 4번 자리를 맡아줄 선수가 부족한 팀이다. 우리은행이 제시한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진 선수 가운데 4번 자리를 소화할 선수가 보이면 바로 영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고, 결국 예상대로 우리은행이 제출한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진 김단비를 지명했다.

     

    이렇게 FA 김정은의 우리은행 입단 프로세스는 종결이 됐다.

     

    하지만 이번 김정은의 우리은행 입단과 김단비를 보상선수로 지명하는 과정을 통해 WKBL FA 제도가 가진 맹점이 새삼 눈에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보상금과 보상선수의 존재가 팀간 자유로운 선수의 이적에 방해가 됨으로써 FA 제도의 본래 취지를 전혀 살리고 있지 못하다.

     

    이번에 FA 김정은을 우리은행이 영입한 결과 우리은행은 김단비라는, 오랜 기간 우리은행의 선수로서 성장해 온 선수를 하루 아침에 KEB하나은행에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프로스포츠에서 트레이드라는 것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상품인 선수는 계약서상 트레이드 거부권을 가지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트레이드에 따라야 하는 것이 맞지만 다소 가혹한 상황임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선수 대 선수로 맞트레이드 된다거나 하는 일반적인 형식의 트레이드가 아닌 특정 선수를 영입하는 대가 내지 보상으로 정든 팀을 떠나야 하는 사실은 당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당분간 코트에 서고 싶지 않은 기분을 갖게 할 수도 있다.

     

    보호선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도 김단비와 같은 선수는 다른 팀에서라면 주전급으로 뛸 만한 선수다. 지난 시즌 우리은행이 통합 5연패를 달성하는 데 있어 김단비의 헌신이 큰 기여를 한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FA 선수를 영입하면서 김단비와 같은, 오랜 기간 육성한 팀의 주전급 선수를 내줘야 하는 규정에 구단들은 일단 자기 식구 지켜내기에 바쁘게 되고 결국에는 FA 선수를 영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데 소극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인위적인 규제가 이어지는 한 WKBL는 매 시즌 거기서 거기인 리그에 머물 수 밖에 없다.

     

    WKBL이 앞으로 좀 더 재미있는 리그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FA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상선수 같은, 취지는 이해하나 FA 제도를 유명무실한 제도로 만드는 문제부터 개선책을 마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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