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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KBL] '팀워크'로 포장된 전근대적인 서열 문화, 언제까지?
    카테고리 없음 2017. 2. 28.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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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가 여자프로농구 팀 내부의 군대식 서열 문화 내지 위계질서를 꼬집었다.

     

    KBS 27일 보도에서 여자 농구 경기를 보다 보면 신인 선수들이 물통을 나르거나, 청소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신인들이 거쳐야 할 관행이라고만 보기엔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경기가 열리기 전 팀내 신인급 선수들이 연습을 하기 전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열거했다. 경기를 위해 필요한 짐을 나르는 것을 시작으로 비타민이 들어간 영양제를 직접 제조하고, 휴지에 비닐봉지를 붙여 쓰레기통을 여러 개 만들고, 골대 밑에 물통과 수건을 가져다 놓고 농구공 카트를 옮겨 놓는 일을 마치고 나서야 공을 만질 수 있는 신인 선수들의 현실을 소개했다.

     

    이어 KBS여자농구에 과거 군대식 문화가 여전하다. 선수들을 심하게 질책하는 감독들의 모습은 흔한 장면이다. 고참 선수가 선수들을 위압적인 분위기 속에 다그치는 모습도 달라진 게 없다.”지난 1월 국가대표 선수가 돌연 코트를 떠날 정도로 합숙과 불합리한 문화는 근절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KBS는 이 대목에서 아산 우리은행 선수들이 한 고참 선수 주위에 둘러 서서 죄인처럼 뒷짐을 진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진 한 컷과 얼마 전 심신이 지쳤다며 돌연 임의탈퇴를 선언한 홍아란의 모습을 홍아란외박 외출 어려운 숙소생활 등으로 은퇴라는 자막과 함께 내보냈다홍아란의 임의탈퇴가 외부에 알려진 것처럼 오랜 부상으로 인한 심신 쇠약이 아니란 점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KBS는 이와 같은 구단 내 군대식 서열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원인에 대해 팀워크라는 이름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지도자들이 많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리그 출범 19성년의 나이에 걸맞게 구단의 문화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라는 언급으로 리포트를 마쳤다.

     

    이번 KBS의 리포트는 시기적으로 볼 때 팀 별로 플레이오프 진출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하지만 다른 상황을 떠나 KBS의 이번 리포트는 현재 여자프로농구가 안고 있는 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할 수도 있는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선수들의 임의탈퇴 문제가 근본적으로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매우 중요한 힌트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리포트라고 할 만하다.

     

    가해자와 방관자들은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쉬쉬하고, 당하는 사람은 자신이 피해자인 줄도 모르고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관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1980년대 아마추어 실업농구 시절부터 봐 왔던 장면을 40여 년이나 지난 오늘날 소위 프로라고 불리는 무대에서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경기 시작 2시간전 선배 선수들을 위해 무거운 짐을 나르고 비타민이 들어간 영양제를 직접 제조하고, 휴지에 비닐봉지를 붙여 쓰레기통을 여러 개 만들고, 골대 밑에 물통과 수건을 가져다 놓고 농구공 카트를 옮겨 놓는 일을 하는 후배 선수들도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던진 분명한 프로농구 선수들이라는 사실을 구단 관계자들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매 경기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꼴찌에서 허우적거리던 소속팀 청주 KB스타즈를 어느새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 순위에 올려 놓은 슈퍼루키박지수도,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과감하고 폭발적인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 ‘지염둥이라고 불리며 일약 WKBL를 대표하는 스타로 대접 받고 있는 부천 KEB하나은행의 김지영 역시 경기 시작 2시간 전에는 그저 팀의 허드렛일을 담당하는 스태프에 불과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홍아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홍아란의 임의탈퇴는 표면적으로는 부상의 장기화로 인해 선수가 심신이 지쳤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 보다는 팀 내부적으로 겪던 갈등이 폭발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했다.

     

    실제로 홍아란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른 사람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오늘도 꾸욱 눌러 참는다. 차라리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게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인 날들의 연속이다.”라고 남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그대로 캡쳐해서 올려 놓음으로써 그의 임의탈퇴에 알려지지 않은 속사정이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WKBL은 프로리그다. 신인이건 베테랑이건 한 팀의 엔트리에 포함되어 있는 선수는 각자 프로선수로서 존재의식과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그런 측면에서 보면 현재 단체 숙소와 합숙으로 대변되는, 고교 농구의 연장에 불과한 프로구단들의 선수단 운영 방식은 진정한 프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신인 선수이거나 비주전 선수라고 해서 벤치에 앉아 경기를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여유도 없이 경기 중에 주전 선수들의 수족 노릇을 해야 하는 현실 역시 프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더 이상 팀워크라는 이름에, 관행이라는 이름에, 또는 자연스러운 과정 내지 단계라는 이름에 가려진 선후배 선수들간, 또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에서 자행되는 유.무형의 폭력과 억압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하자면, 프로농구단은 선수들에게 프로선수에 어울리는 연봉만 챙겨준다고 해서 프로구단이 아니다. 프로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도 프로구단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경기 전 무거운 짐을 나르고, 비타민이 들어간 영양제를 직접 제조하고, 휴지에 비닐봉지를 붙여 쓰레기통을 여러 개 만들고, 골대 밑에 물통과 수건을 가져다 놓고, 농구공 카트를 옮겨 놓는 일은 신인과 베테랑, 주전과 비주전 관계 없이 적어도 '프로'라는 타이틀을 지닌 선수들이 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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