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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톱시드 놓치고 이라크 만나고...불길한 일본 축구
    카테고리 없음 2012. 3. 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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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축구에게 19년전 카타르 도하에서 있었던 1994년 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은 지워지지 않는 아픔으로 남아 있다.

     

    한국 축구에는 도하의 기적으로 기억되는 당시 상황이 일본에게는 도하의 참사로 기억되는 이유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이라크라는 변수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한국과 일본은 각각 한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앞서 일본에게 졸전 끝에 패한 한국 대표팀(당시 감독은 김호)은 북한과의 최종전에서 10-0으로 이겨도 같은 시간 일본과 이라크의 경기에서 일본이 1-0으로라도 이기면 미국월드컵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북한전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한국은 북한을 3-0으로 앞섰다. 하지만 선수들은 쳐진 어깨로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고 있었다. 경기 막판까지 일본이 이라크를 2-1로 이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과 1-2분 사이 상황이 급변했다. 일본이 경기 종료 직전 이라크의 자파르라는 선수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고, 미국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거머쥘 주인공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뀌어 버린 것

     

    당시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행을 기대했던 일본의 선수들이나 국민들 모두 경기장에서, 관중석에서, 그리고 TV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은 이라크 덕분에 미국 월드컵 본선행 막차 티켓을 거머쥔 한국의 선수들이나 우리 국민들에게 묘한 쾌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심지어 주한 이라크 대사관에는 감사의 뜻을 담은 팩스가 쇄도했고, 일본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린 이라크의 대표선수 자파르는 우리나라로 초청을 받기도 했다.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지금 일본이 또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라크를 만났다.

     

    일본은 지난 9”(한국시간)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추첨에서 호주, 이라크, 오만, 요르단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이란, 카타르, 레바논, 우즈베키스탄과 함께 A조에 편성된 한국에 비하면 상당히 어려운 대진표를 받아 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일본이 속한 B조를 '죽음의 조'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단 조2위까지는 본선 자동 진출이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톱시드의 호주와 조1위 경쟁을 펼치다가 차선으로 2위로라도 본선행을 확정지으면 된다는 간단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도 모르지만 이라크를 생각하면 그리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카가와 신지, 혼다 케이스케 등 유럽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즐비한 일본 대표팀의 객관적인 전력은 분명 이라크에 비해 우위에 있지만 역대 상대전적에서 223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을 확인한다면 일본이 이라크를 껄끄러운 상대로 인식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현재 이라크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하얀 펠레' 코임브라 지코(59) 감독이 2002년부터 4년 동안 일본 대표팀을 이끌며 2006년 독일월드컵에 나서기도 했을 만큼 일본 축구의 과거와 현재를 꿰뚫고 있는 인물임을 떠올려 보면 더더욱 이라크는 브라질로 가는 일본의 행로에 함정으로 작용할 위험이 큰 팀이라고 볼 수 있다.

     

    축구가 물론 객관적인 전력을 무시할 수 없는 스포츠이기는 하나 심리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2002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과 맞붙은 이탈리아 대표팀이 관중석에서 한국 응원단이 펼친 ‘AGAIN 1966’ 카드섹션 응원에 발끈하고 이를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던 것도 1966년 영국 월드컵에서 이탈리아가 북한에 져 탈락했던 트라우마가 36년 후 한국을 다시 만난 이탈리아 선수들에게 작용할 것에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이 이라크와 경기를 최종예선 펼치는 경기장 관중석에 ‘AGAIN 1993’이라는 카드섹션이 펼쳐지거나 플래카드 같은 것이 내걸린다면 경기를 펼치는 일본 선수들의 기분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이라크가 아니더라도 사실 일본 축구는 이번 최종예선 진출과정부터 유쾌하지 못했다.

     

    최종예선에서 톱시드를 받을 것이 유력했음에도 3차 예선 최종전이었던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유럽파들을 모두 가동시키고도 안방에서 0-1로 져 쿠웨이트를 이기고 FIFA 랭킹 포인트를 추가한 한국에게 FIFA 랭킹에서 추월을 허용하며 톱시드를 놓쳤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최종예선 조추첨에서 일본 축구에게 19년전 도하의 참사라는 아픔을 안긴 이라크를 만났다는 점은 이래저래 기분 나쁜 조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결국 이번 최종예선에서 일본 1차적인 목표는 호주를 제치고 조 1위로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 짓는 것이고, 그 차선은 조 2위로라도 월드컵 직행 티켓을 따내는 것이겠지만 이런 모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난적이라크를 확실하게 넘어서야 한다는 선결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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