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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선수 이천수’는 조국을 버려야 하나
    카테고리 없음 2012. 2. 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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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저녁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 게재된 스포츠 평론가 정윤수 님의 주홍글씨를 새겨준 것은 미디어였다라는 제하의 칼럼을 접했다.

     

    선수의잘못에 집중해 이미지 만들고 확대재생산하는 언론원인은 선수지만, 미디어가 붙인꼬리표는 진실일까?라는 부제가 붙은 이 칼럼에서 눈에 들어오는 대목은 이천수에 관한 내용이었다.

     

    칼럼에 적힌 대로 지난 시즌 일본 J리그 오미야 아르디자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던 이천수는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최근 귀국, K리그 복귀 가능성 타진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중 지난 16, 전남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구단과 팬들께 드리는 사과문을 올렸지만 구단 쪽은 진정성이 없다며 단호하게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천수의 임의탈퇴를 풀어주는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불가라는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전남 구단의 단호한 태도에 대해 정윤수 님은 2009 6월 이천수가 코칭스태프에게 항명하고 팀을 무단 이탈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나스르로 이적하고 전남이 이천수를임의 탈퇴 선수로 공시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이면 계약과 위약금 문제가 발생한 것과 관련, 전남 구단이 이천수의 사과를 현재 진행중인 민사재판을 유리한 국면을 이끌기 위한 제스쳐 내지 전술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물론 이와 같은 해석은 정윤수 님 만의 해석이 아니라 이천수의 사과와 이에 대한 전남 구단의 반응을 지켜본 대다수 언론의 분석이기도 하다.

     

    물론 이 모든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은 이천수의 중동 이적과 관련한 거짓말과 전남 구단 숙소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항명사건이고, 그 문제로 법원에 거액이 걸린 송사가 걸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남 구단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천수의 사과를 그렇게 이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전남 구단이 이천수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임의탈퇴 공시 철회의 조건으로 내 건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해 국내 프로축구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하고 이들로부터 용서를 받으라는 입장이다.

     

    진심의 뉘우침과 반성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 것일까? 이것을 누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천수가 K리그에서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그리고 이천수의 K리그 복귀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구단의 입장에서 이천수의 임의탈퇴 공시 철회를 위한 진정성 있는 방법을 제시할 의사가 있었다면 국내 프로축구 관계자들(정확하게 말하자면 전남 구단?)이나 팬들에게 이천수가 보여줄 진심의 뉘우침과 반성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어야 했다.


     

    단적으로 보기에 현재 전남 구단의 태도는 이천수가 선수로서 고국의 무대에 복귀해 K리그와 한국 축구에 기여하는 것으로 과거의 잘못을 속죄하는 길을 터주는 대신 적어도 선수로서는 고국에서 활동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천수가 축구선수로서는 고국을 버리고 외국 여기저기를 떠돌라고 등을 떠미는 것이나 다름없는 태도다실제로 이천수는 현재 일본 잔류와 중국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천수가 악동’, ‘풍운아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선수라는 점에서 비교되는 선수가 한 명 있다. 지금은 수원블루윙즈의 코치가 되어 있는 고종수다.

     

    고종수는 한국 축구에 1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창의적인 축구를 하는 선수로서 10대 후반부터 천재로 불리며 약관의 나이에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 출전하는 등 한국 축구의 10년을 책임질 뉴밀레니엄 스타로 각광을 받았으나 그의 자유분방함과 개성 넘치는 축구장 밖 모습은 축구지도자들이나 언론에게 종종 건방지게 비춰지며 게으른 천재’, ‘악동의 이미지를 달고 다녔다.

     

    많은 축구 관계자들은 고종수에 대해 그의 개성을 온전히 받아들여 줄 여유가 우리 언론이나 축구팬들에게 있었다면 고종수는 당초의 기대대로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가시적인 업적 하나쯤은 만들어 놓았을지도 모른다.

     

    정윤수 님은 칼럼에서 대표팀 최강희 감독이 이천수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독특한 성격을 잘 인도해주면서 살려줘야 하는데, 한국 문화는 틀 안에 집어넣으려 하고 인정을 안 하려 하니 이런 현상이 나온 것 같다고 언급한 사실을 소개했다.

     

    최 감독은 미들스브러에서 이렇다 할 성과 없이 귀국한 뒤 K리그에서 퇴물 취급을 받던 이동국을 전북으로 데려가 부활시켰다. 이동국 뿐 아니라 FC서울에서 이렇다 할 기회를 얻지 못하던 장신 공격수 심우연을 영입해 K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수로 키워냈고, 성남일화에서 용도폐기 되다시피 한 김상식을 영입해 K리그 최고의 수비수이자 수비형 미드필더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지도자다.

     

    프로야구 최고의 재활공장장이 김인식 감독이라면 프로축구 최고의 재활공장장은 최강희 감독쯤 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최 감독이 이천수에 대해 남긴 언급은 그가 어떻게 K리그 최고의 재활공장장이 될 수 있었는지 마인드적인 측면에서 나타내어 보여준 언급이라고 볼 수 있다그 마인드는 곧 선수를 편견 없이 현재 그 선수가 가진 모든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쯤 되지 않을까?

     

    이천수에 관한 기사에는 쟤는 인성이 글러먹어서 안돼라는 댓글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다물론 예전에 비해 현재는 이 같은 악풀이 상당 부분 줄어든 것도 사실이지만 과거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천수의 약간은 되바라진 언급이나 행동을 여전히 기억하는 팬들은 거의 무조건적으로 이천수에게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가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월드컵 승리를 거둔 경기에서 천금의 동점골을 성공시킨 선수라거나 영국 크레이븐코티지에서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강호 그리스에 일격을 안겼던 기억 같은 것은 이미 그들의 머리속에서 지워진지 오래다.

     

    언론과 축구계, 그리고 일부 축구팬들의 왕따가 이천수로 하여금 조국을 등지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다.

     

    K리그에서 다시금 그의 기막힌 오른발 솜씨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정녕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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