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축구협회 '위로금 스캔들' 감사를 향한 냉소의 시선
    카테고리 없음 2012. 1. 29. 14:55
    반응형

    대한축구협회가 절도와 횡령이라는 비리를 저지른 직원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기는 커녕 협회 규정을 고쳐가면서 억대가 넘는 거액의 퇴직 위로금을 안긴 사건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30일부터 특정 감사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와 관련, 노조로부터 사퇴하라는 압력을 받아온 김진국 전무가 사퇴했고,  축구협회는 김주성 국제부장을 사무총장으로 임명, 협회 행정 전반에 관한 업무를 총괄케 하는 등 사태 수습책을 내놓는 한편 대한체육회에 이번 사안에 대한 특정 감사를 실시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사태 수습에 부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축구협회가 협회 내부의 문제에 대해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에 감사를 요청했다는 사실은 이번 사태를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 보면 스스로 자정능력에 대해 자신이 없다고 시인한 셈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대표팀 감독을 지낸 한 축구인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축구협회 비리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체 감사가 있지만 엉터리"라며 "예산 집행 관련 감사 규정이 있어야 한다. 축구협회의 1년 예산이 1000억원이 넘는다. 문화체육관광부나 대한체육회에서 감사하는 규약이 있어야 한다. 산하단체의 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이번 축구협회에 대한 감사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는 수순인 셈이다.

     

    27일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체육회는 이번 감사에서 문제의 축구협회 회계 담당 직원의 횡령 혐의 및 퇴직 위로금 지급에 관한 제반 사항에 대해 감사를 벌일 예정이다.

     

    최종준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감사 결과 광범위한 비리 혐의가 발견될 경우 수사 기관에 정식으로 수사를 요청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계는 물론 언론과 팬들은 이번 축구협회에 대한 체육회 감사를 통해 연간 1천억원대의 예산을 주무르는 축구협회 내부의 부조리가 어느 정도까지 드러날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감사에 대해 축구협회가 안고 있는 진짜 비리의 실체를 감추기 위한 축구협회의 '꼼수'라거나  '꼬리 자르기 식' 감사가 될 것이라는 등의 냉소를 보내고 있다. 

     

    이 같은 냉소의 이유는 우선 감사의 범위가 축구협회 회계처리 부분에 비리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한정적으로 이루어지는 점 때문이다.

     

    문제의 축구협회 비리직원은 협회가 자신을 퇴출시키려 하자 협회 임직원들의 탈법적 법인카드 사용 행태 등 비리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와 같은 비리들이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규모있는 기업에서 경영지원부서나 회계담당 부서에서 근무해 본 사람이라면 이 같은 회계상 부정은 아주 큰 덩어리가 아니라면 대부분 감사에서도 드러나지 않게 마련이고, 설령 적발이 된 사안이라 할지라도 핵심 임직원이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감사가 얼마나 철저하게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으나 관련 법률이나 규정의 미비로 그동안 제대로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고 방치하다시피 한 축구협회 내부의 뿌리깊은 비리 문제를 이번에 속속들이 들춰내는데는 한계가 있고, 한국 스포츠계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이번 감사결과가 국내 최대 규모의 경기단체를 비리집단으로 낙인 찍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도 클 수 밖에 없다. 

     

    이번 감사에 대해 별다른 기대감을 갖지 못하고 냉소의 시선이 많은 또 하나의 이유는 축구협회의 고질적인 부조리와 이런 저런 의혹들이 이미 다른 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있음에도 이에 대한 개혁 노력을 축구계가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협회 스폰서 선정을 둘러싼 의혹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13일 나이키와 8년간 현금 600억원, 현물 600억원 등 총 1200억원에 후원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협회는 "장기 계약을 하면서 후원금액이 1000억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자화자찬 했지만 축구계 안팎에서는 8년 계약치고는 얻은 게 없다고 혹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향후 8년간 물가상승률을 평균 4%로 잡을 경우 이전 계액과 비교할 때 별로 얻어진 것이 없다는 지적인데 한 언론의 분석을 살펴보면 실제로 그와 같은 지적은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더군다나 현금액수보다 현물액수가 늘어난 점도 계약내용을 좋게 평가할 수 없는 요소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장기적으로 한국축구의 미래를 어둡게 봤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이해할 수 없는 계약이라며경쟁을 도입하고 8년이라는 기간을 잘 활용한다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협회 사정을 잘 아는 한 축구인은협회 실무진이 현금 비중을 높이고, 인상폭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고위층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결국 이같은 내용의 계약이 별다른 논란없이 성사된 것은 축구협회 내부의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팽배해 있다.

     

    특히 2002 한일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스폰서 계약과 관련 아디다스와 같은 경쟁업체가 축구협회 스폰서 계약 경쟁을 펼쳤지만 번번이 나이키에게 계약을 빼앗긴 사실은 축구협회와 나이키 사이의 어떤 보이지 않는 커넥션이 작용한 결과라는 의심을 더욱 더 키우고 있다.

     

    공정경쟁을 통해 최상의 계약을 이끌어냄으로써 한국 축구에 최대한의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는 축구협회가 만약 그와 같은 책임을 방기하고 한 업체에게 특혜에 가까운 계약을 안겼다면 이는 분명 축구협회의 배임행위지만 이에 대한 의혹제기에 대해 구체적인 감사 내지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예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이 역시 축구협회 내부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한체육회는 이번 축구협회 감사를 회계 처리 부분에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협회 운영 전반에 관한 감사가 될 수 있도록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그래서 감사도중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나 새로운 의혹의 실마리가 잡힐 경우 감사의 규모를 확대하는데 결코 주저함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래야 이번 축구협회 감사에 보내지고 있는 이유있는 냉소들이 신뢰의 눈빛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